[취재일기] 누구를 위한 수수료 변경제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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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주식거래 수수료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골격은 '정액제+정률제' 다. 앞으로 금액 대비 수수료는 내리지만 거래 건별로 일정액의 기본수수료(예를 들면 1천원)를 매기겠다는 이야기다.

재경부가 수수료율 변경안을 들고 나온 배경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는 사이버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증권사를 돕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데이트레이딩(초단기 매매)을 억제해 보자는 의도다.

이에 대해 데이트레이더는 물론 증권업계조차 못마땅한 기색이다. 증권업계는 "제도가 바뀌어 거래가 위축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데이트레이더들이 거래를 줄이면 증권사는 중장기 투자자로부터 손실을 벌충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데이트레이딩 감소로 보게 될 손해가 더 클 것이란 게 증권회사들의 판단이다.

데이트레이더와 소액투자자들은 새로운 제도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거래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와 큰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데이트레이딩의 순기능보다 역기능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데이트레이딩과 주가변동성 관계' 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수원대 이준행 금융공학과 교수는 "데이트레이딩이 유동성을 높여 오히려 주가변동성을 줄여주고 있다" 고 주장했다.

데이트레이딩이 자리를 잡으면서 '작전' (시세조종)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세력이 억지로 주가를 끌어올리면 데이트레이더들이 이를 재빠르게 감지하고 주식을 매도해 작전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재경부가 시장의 현실과 업계의 목소리를 좀더 신중하게 수렴해 수수료 변경안을 재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업계를 도우려면 수수료 변경보다 증권업협회와 증권예탁원.거래소의 회비나 코스닥중계수수료 등 증권유관기관이 가져가는 수수료부터 내려달라고 요구한다.

유관기관들은 고객이 내는 수수료 중 0.0135%포인트를 가져가고 있는데 키움닷컴의 경우 고객에게서 받는 0.025%의 수수료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들 유관기관에 바치고 있는 셈이다.

경제부 = 이희성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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