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요리는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음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요즘 잘 먹던 냉면을 끊고(?) 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다수 냉면집이 몸에 좋지 않은 화학조미료를 잔뜩 넣어 육수를 만든다는 사실을 한 방송사가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냉면집이 때 아닌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려는 ‘갈냉국’ 만큼은 다릅니다. 아침부터 문 열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줄을 서고 밤늦은 시간에는 간판 불부터 꺼야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갈냉국은 갈비탕·냉면·국수의 앞 글자만 따 지은 이름입니다. 당연히 갈냉국이 내세우는 대표 메뉴는 이 3가지입니다.

갈냉국 사장이자 주방장인 이상준씨는 지난 5월, 갈냉국을 아산 탕정면에서 아산의 중심상권인 온양1동 청주장 여관 옆으로 옮겼습니다. 이씨가 가게를 옮기기 전에 탕정면에는 갈비탕과 냉면, 국수를 파는 식당이 없었습니다. 갈냉국과 감히(?) 같은 메뉴로 경쟁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한 블로거가 2010년 12월 탕정에 있던 갈냉국을 소개한 글을 보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블로거는 갈냉국에 가보고 3번 놀랐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그 첫 번째가 음식 맛이고 두 번째는 배가 찰 때까지 무한리필해주는 넉넉함, 세 번째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탕정에서 시작된 갈냉국의 명성은 온양 1동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지 불과 석 달이지만 단골에, 입소문을 듣고 찾는 사람까지 더해지면서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질 않습니다. 취재를 위해 갈냉국을 2차례 방문한 기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모두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3시 이후 방문했지만 인터뷰 도중 손님을 맞느라 분주한 이 사장을 한참 기다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갈냉국이 이렇게 잘되는 비결은 무얼까요. 이 사장은 “양심껏 장사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화학조미료 잔뜩 넣어 육수를 낸다는 방송 보도 이후에도 갈냉국 냉면이 잘 팔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사장이 만드는 함흥냉면은 화학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자신만의 비법으로 직접 육수를 우려내고 있습니다. (갈냉국에 가면 주방에서 육수를 끓이는 큰 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냉면 사리도 직접 뽑아냅니다.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바로 여느 냉면집과 다른 맛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갈비탕 역시 남다릅니다. 소 사골에 인삼, 황기에 각종 채소를 넣어 푹 고아 내놓는 갈비탕은 느끼하지 않고 단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비빔국수·잔치국수·냉국수도 빼 놓을 수 없는 인기 메뉴입니다. 공기밥과 냉면, 국수 사리는 배가 찰 때까지 무한리필해 줍니다. 이 사장은 고교시절 돈을 벌기 위해 포장마차를 할 만큼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이후 요리사 자격증도 따고 잘 된다는 식당을 찾아 다니며 요리를 배웠습니다.

그는 “내가 20여 년 동안 배운 가장 훌륭한 요리는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맛 있고 몸에 좋은 음식 많이 주는 것이 양심”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사장은 육수를 만들고 면 반죽을 하느라 매일 오전7시에 일어나야 하고 하루 한 끼 식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듭니다.

육수나 면 모두 돈만 주면 대주는 업체가 있지만 이 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유통과정에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고생을 사서 하는 겁니다.

문의 041-534-8733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