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경제지표 '엇박자'

중앙일보

입력

잇따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 지표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 소비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증시에 악재(惡材)로 작용하는가 하면, 실업률이 올랐다는 뉴스가 주가를 밀어올리는 등 헷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미국 상무부가 4월 중 소매판매가 늘고 생산자물가지수가 올랐다고 발표하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89.13포인트(0.82%), 21.43포인트(1.01%) 떨어졌다.

15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 MC)의 연방기금 금리 인하폭이 당초 기대한 0.5%포인트 대신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된 때문이다. 경기호전 조짐이 오히려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거꾸로 나빠진 고용상황은 증시에 호재(好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5일 미국의 4월 실업률이 시장 예상치(4.4%)를 웃도는 4.5%를 기록하자 다우존스와 나스닥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CNNfn은 "미 당국이 고용시장의 악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내릴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달 27일 미국의 1분기 실질경제성장률(잠정치)이 예상(1.1%)을 웃도는 2.0%를 기록하자 한국의 종합지수는 지루한 박스권을 벗어나 600선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이 걷히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향방에 대해 낙관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청개구리 장세' 속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드문 케이스다.

미국 주가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15일의 미국 금리인하를 지켜본 뒤 방향을 정하겠다는 눈치보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개인들도 덩달아 단타매매에 매달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이 15일 금리를 0.5%포인트 넘게 내려야 국내 증시도 600선을 상향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동양투자신탁의 남경기 운용본부장은 "기관과 개인들의 매수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블루칩을 대량 매수해야 종합지수의 한단계 레벨업이 가능하다" 고 분석했다.

미국의 청개구리 장세도 15일을 넘기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경기 지표들이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며 "FOMC가 이런 지표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금리를 얼마나 내릴 지에 따라 앞으로 국내 주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재식 기자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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