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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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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진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 한가함이 지나치면 머리 속에는 쓸데없는 상상이 자리를 잡는다. 불을 피우려면 어떻게 하지? 부싯돌을 구해야 하나? 어린 시절에 읽은 책에서 보면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을 피우던데, 그게 가능할까? 얼마 전 리는 ‘정전’이라는 사고를 만났다.

대책없이 되는 대로 살아온 탓에 양초도 성냥도, 손전등 하나도 없던 리는 달빛에 의지해 한두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냈다.

전구 하나도 제 손으로 갈아끼우지 못하는 리는 그 날 밤의 정전을 계기로 ‘자립’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현대 사회는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니까. 뭐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시스템이니 전기만 나가도 세상이 멈춰버리지.''''생각해보면 선조들은 옷도 직접 해 입고 채소 길러서 반찬을 해 먹고, 집도 짓고 살지 않았어. 돈으로 다 되니까 안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필요해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거야.

리는 ''돈으로 사지 않아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새삼 결심했다. 반 년이 넘어가는 백수 생활에 가난한 주머니 탓이라고 비웃지는 말아달라. 리는 절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비무환’의 투철한 준비정신,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꿈꾸는 자유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도무지 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당장에 삐그덕거리는 의자를 손 보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답답하기만 하고, 집에는 제대로 된 망치 하나 없다.

의자를 고치겠다고 내다놓고 바라보고만 있는 리에게 어머니는 지나가다 한 마디 툭 던진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아예 손 대지 말고 수리센터에 전화해.”

역시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한 법. 리는 인터넷을 두드려본다. ‘DO IT Yourself’를 치자 주르륵 리가 찾던 DIY 사이트들이 늘어선다. 자 페인트칠, 목공, 생활용품 어떤 것부터 시작할까?

반쪽이와 함께 뚝딱뚝딱 DIY

만화가 최정현씨와 하영권씨가 지난 해 11월 문을 연 ‘반쪽이넷-반쪽이와 함께 뚝딱뚝딱 DIY’(http://www.banzzogi.net)는 DIY 공동체. 집에서 주로 작업하는 최정현씨가 ‘불편하면 고친다’는 신조로 20년간 집을 개조해 15평 아파트를 DIY 생활 박물관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반쪽이넷의 시작이었다. 반쪽이넷에는 최정현씨의 부엌·안방·서재·아이방·베란다·화장실 등 집 구석 구석의 DIY 사례가 실려 있다.

집안 각 부분별로 응용할 수 있는 DIY 사례와 정보를 제공한다. DIY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반쪽이 공방과 DIY 용품을 주문할 수 있는 DIY숍, DIY와 생활관련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수다방’도 반쪽이넷의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사이트 전체가 최정현씨의 만화로 꾸며져 있어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회원은 손님, 친구, 가족으로 구분되는데, 가족이 되려면 입회비 1만원을 내야 하며 오프라인 ‘반쪽이 공방’ 활동도 함께 할 수 있다. 반쪽이넷의 모토는 ‘일요일 망치를 들자, 집에도 바퀴를 달자, 아파트가 낚시터’.

핸드피아

DIY에 필요한 공구 등 재료를 판매하는 핸드피아(http://www.handpia.co.kr)에서는 가구·조명·수도·방문·접착/보수·바닥·공구 등 DIY에 필요한 각종 물품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물건을 파는 사이트라고 거부감을 느낄 필요 없다.

핸드피아 대리점에 관한 소개나 판매 물품에 대한 정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DIY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사의 종류나 시멘트 사용법을 어디서 배우겠는가. 핸드피아에서는 ‘DIY 계산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용할 면적을 입력하면 주요 회사별로 필요한 페인트 분량과 벽지량을 계산해 준다. 이곳에서 리는 ‘정전’에 관한 상식을 쌓았다. 정전이 발생하는 원인도 알게 됐고, ‘두꺼비집’이니 ‘누전차단기’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DIY 문화운동협의회

DIY 인구 증가에 발맞춰 ‘DIY 문화운동협의회’(http://www.ilovediy.org)가 탄생했다. 양우정(삼화페인트)·박종석(생활목공클럽)·박성희(반쪽이공방) 등 국내 DIY 관련 전문가 17명이 운영하고 있다. 질문과 상담 코너에서 이 전문가들에게 DIY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벽지 고르는 법, 나사 잘 박는 법, MDF 박스 만드는 법 등에 관한 질문이 올라와 있다. 상업 사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응답을 하지 못한다는 양해 문구가 올라와 있지만, 대부분 하루 안에 답글이 올라온다.

맥가이버

칼 하나로 세계를 누비며 악당(?)들과 싸우던 맥가이버를 기억하는지. ‘맥가이버’(http://www.macgyver.co.kr)는 배관 부속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이곳에서도 DIY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기·설비·보일러·누수·방수·펌프·유리·도배·열쇠·방범 장치로 구분되어 있다. 각 메뉴별로 사용 방법이 자세하게 실려있다. 예를 들어 도배의 경우, 벽지 종류·선택 요령·준비할 도구·재단법·풀 준비하기·바르는 방법 등이 실려있다. 소비자 대상 DIY 정보 외에도 건설 자재 직거래 장터, 건축인력·설비장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목수 박씨의 생활목공 클럽

‘내가 만든 우리집 가구’의 저자 박종석씨가 운영하는 ‘목수 박씨의 생활목공 클럽’(http://www.diyclub.co.kr)에서는 나무를 이용한 생활 가구, 집짓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짓기의 경우, 한옥·황토집·목구조 주택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터 다지기부터 마감까지 집짓기의 개괄적인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가구 만들기 메뉴에서는 가구 만들기에 필요한 경첩·손잡이·서랍레일 등 하드웨어의 종류와 사용법을 제공한다. 목공교실에서는 톱·대패·망치 등 주로 사용하는 수공구와 전동공구의 사용법을 초보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해 놓았으며 목공에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와 쓰임새에 관한 정보도 상세한 편. 각 메뉴별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페인트 DIY

페인트에 관한 정보만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페인트 DIY’(http://coolcolor.co.kr)는 해보고 싶은 일이 ‘청와대 칠하기’라는 경력 10년의 ‘페인트공’이 운영하는 페인트 관련 DIY사이트. 페인트의 종류와 용도별 분류, 관련 도구 및 사용시 주의법 등이 기본 메뉴이며, 색 배합법, 작업순서, 공간에 따른 적당한 색과 색 배분법을 알려준다. 페인트로 칠한 가구와 벽지·욕실 등 샘플 사진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거의 벽지를 바른 것 같은 예술적인 페인트칠의 세계, 눈요깃감으로도 충분하다.

DIY mania

‘DIY매니어’(http://wwwwww.diymania.co.kr)는 생활에 필요한 실용 용품 외에도 종이접기, 곰인형 만들기, 코바늘·대바늘뜨기·화단 가꾸기 등 취미 생활 DIY 관련 정보들을 담고 있다. 사이트에 있는 내용만 보고 따라하기에는 부족하지만, DIY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의 다양한 종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이트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DIY 정보는 주택 손질·보수 등에 관한 것 보다는 인테리어, 취미생활의 개념이 더 강하다.

DO IT Yourself

‘홈-DIY’(http://myhome.netsgo.com/doityourself)에서는 DIY 관련 국내 뉴스와 각종 사례, 자재 구매 장소, DIY를 배울 수 있는 곳 등을 소개하고 있다. DIY 소식코너에서는 다른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국내 DIY 관련 콘테스트나 새로 문 연 사이트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DIY 사이트를 열심히 돌아다닌 끝에 리가 얻은 결론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 DIY는 2차대전 이후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영국에서 시민들이 파괴된 런던 거리를 스스로 복구하자는 운동을 벌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DIY가 ‘알뜰한 생활’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다. 우선 초기에 공구를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국내에서는 적당한 재료를 소규모로 사려면 발품을 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도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관련 공방도 많이 생기는 추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소영 기자 (sogano@joongang.co.kr)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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