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케빈 브라운 '때는 왔다'

중앙일보

입력

그의 피칭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카리스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만큼 케빈 브라운(36 · LA 다저스)에게는 상대타자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다.

브라운의 별명은 '우승청부사'. 97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를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98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 14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다저스가 그를 영입한 이유 역시 그의 승부사 기질 때문이었다.

또한 브라운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로 꼽힌다. 그의 하드싱커는 장타는 커녕 플라이조차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빅리그 전문가들이 올 시즌의 빅매치로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와 브라운의 대결을 꼽았을 만큼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특급투수다.

그러나 브라운은 14년의 경력동안 투수 최고의 영예라는 사이영상을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브라운이 사이영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가 특급투수로 도약한 98년부터 유난히 타자들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브라운은 항상 다승에서 큰 손해를 봤다. 파드리스 시절부터 시작된 이런 경향은 다저스에 와서 도를 넘어섰다.

두번째는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란 거대한 벽. 마침 98년은 존슨이 활동무대를 내셔널리그로 옮긴 첫 해였다. 시니어 서킷(senior circuit)에서의 존슨은 더욱 위력적이었다. 첫 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0승 1패(방어율 1.28)을 기록한 존슨은 99년과 지난해에는 사이영상을 독식하며 다른 선수들이 수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막았다.

이 두가지 요인에서 볼 때 올해는 브라운이 사이영상을 노릴 수 있는 최적기다.

현재 브라운은 부상으로 선발등판을 한번 걸렀음에도 불구하고 다승 공동 1위(5승)을 달리고 있다. 이는 예년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존슨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또한 희소식이다.(3승 3패 방어율 3.26) 존슨은 9일 경기에서 20탈삼진의 이정표를 세웠지만, 그가 후반기에 크게 약화되는 선수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만큼의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존슨이 그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만 봐도 타자들의 외면은 브라운보다도 더 심각하다.

복병은 마이크 햄튼(콜로라도 로키스). 햄튼은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면서도 5승무패 방어율 2.34라는 완벽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브라운과 엇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승리는 '쿠어스필드 극복상'이라는 가산점을 받게 되는 햄튼의 몫이다.

우리나이로 서른일곱인 그에게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올해는 사이영상의 마지막 기회이자, 명예의 전당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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