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파산 선고 의미·파장]

중앙일보

입력

법원의 동아건설 파산 선고는 실업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대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퇴출시킨다는 원칙이 섰음을 보여주는 사실상 첫 조치다.

동아건설은 실사 결과 청산 가치(1조6천3백80억원)가 존속 가치(1조2천5백56억원)보다 커 결국 퇴출로 결론났다. 이는 앞으로 다른 부실 기업의 정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아건설은 앞으로 2주 안에 항고하지 않으면 파산이 확정되며, 항고하더라도 파산 절차는 진행된다. 법원은 다음달 12일까지 채권자의 채권 신고를 받아 오는 7월 6일 1차 채권자 집회를 연다.

이때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로 강제 화의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수용하면 동아건설이 회생할 수도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채권단은 7월 집회에서 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국내 1백15곳(2조1천85억원)과 해외 4개국 12곳(69억달러.시공 잔액 4억4천만달러)사업장에 대해 수익성 등을 따져 공사 계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사 계속 결정을 내리는 곳은 완공 때까지 존속하지만, 그외 사업장은 사업 매각.이양.포기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 정부 대책=건설교통부는 현재 시공 중인 공사는 동아건설이 가급적 마무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 공사의 경우 동아건설에 공사를 계속 맡기도록 발주처를 설득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공동 수주 회사에 공사를 이양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리비아 정부가 동아건설이 계속 시공하기를 원하고 있고, 미수금.유보금이 5억4천만달러가 남아 있어 공사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채권단에 공사 계속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국내 공사에 대해서는 ▶공공공사는 하청 업체에 공사 대금을 직접 줘 공사를 계속하도록 하고▶아파트 공사 중 분양 보증이 돼 있는 일반분양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으로 하여금 대리 시공토록 하며, 조합아파트는 조합과 보증회사의 협조 아래 남은 공사를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 아파트 입주 차질=정부와 동아건설측은 파산하더라도 기존 공사를 계속해 이해 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입주가 늦어지는 곳이 나오는 데다 아파트 사업장별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 많아 제때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동아건설이 공사를 맡은 아파트 공사장은 9곳 1만1천6백7가구다.

이 가운데 대한주택보증의 분양 보증을 받은 곳은 용인 구성동아솔레시티(1천7백1가구)와 서울 도봉동 동아2차(5백26가구)아파트 등 5천4백87가구다.

구성솔레시티는 지난해 말부터 공사가 제대로 안돼 이미 입주 예정 시기(2000년 12월)를 넘겼으며, 도봉동 아파트는 3월 말 현재 공정률이 18.7%에 불과하다.

대한주택보증 강홍민 팀장은 "구성솔레시티는 45일 정도의 공기가 남아 있는데 파산 관재인이 책임지고 마무리하기로 동아건설과 협의했으며, 도봉동 동아2차는 승계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분양 보증을 받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등 조합아파트 가운데 일부 공사가 중단된 곳이 있지만 대부분 조합이 협력업체에 공사비를 직접 주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사 진척이 더딘 사업장은 조합원 총회를 열어 승계 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하므로 입주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 협력업체와 직원 피해=2천여 협력업체의 피해는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협력업체 채권단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이 갖고 있는 동아건설 발행 어음은 3천억여원 규모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동아건설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해 2백여 협력업체가 도산했다" 고 말했다.

동아건설 임직원들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용일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법원이 대안도 없이 파산 결정을 내렸다" 고 주장했다.

법인이 파산하면 동아건설 직원 2천8백명 가운데 파산 절차에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장을 잃게 된다.

그나마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퇴직금은 다른 채권에 비해 배당률이 높지만 밀린 임금은 관례로 볼 때 30% 정도만 지급돼 왔기 때문이다.

차진용.황성근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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