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원로들, 김정곤 협회장 사퇴 촉구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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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의 사퇴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의사와 양의사 간에 불거진 천연물신약 처방권 논란이 단초를 제공했다.

한의계는 “천연물신약은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한약재나 한약처방의 효능을 활용해 개발한 의약품”이라며 “명백히 기존 한약의 제형을 변화시킨 개량된 한약제제여서 양의사와 양약사가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 한의사협회 집행진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한의계의 존폐가 흔들리고 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참의료실천연합회 이진욱 회장(한의사)이 지난 6일 천연물신약에 대한 김정곤 회장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한의사회관 1층 현관에서 단식 시위에 들어간 바 있다.

이어 한의계 원로들이 21일 김 회장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참여한 원로는 대한한의사협회 김현수ㆍ서관석,ㆍ안재규,ㆍ최환영 명예회장과 허창회 전임회장이다.

모두 한의사협회장을 지낸 원로다. 이들의 의견이 김정곤 회장 사퇴론을 바라보는 한의사협회 회원들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의사협회 집행진은 회원을 다독이고 실직적인 천연물신약 대응방안을 내놓기 위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의계 원로들은 ‘대한한의사협회 집행진과 2만 회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1898년 대한한의사협회가 창립된 후 일제 강점기를 제외하곤 지금처럼 한의학의 존망이 기로에 선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천연물신약 문제는 그동안 약사들에 의해 꾸준하고 치밀하게 자행된 한약 침탈의 결과”라며 “또 제약회사와 양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해 만든 한약 나눠 먹기의 결정판”이라고 한탄했다.

정부를 겨냥해 꼬집기도 했다. 원로들은 “한방의약품인 천연물신약을 이름만 바꿔서 양약인양 허가해 줘 (한의계와 양의계)이원화체계인 한국 의료체계를 뒤흔든 복지부와 식약청 관계자들의 책임이 크다”며 “국민들의 건강은 안중에 없이 오로지 양의사, 양약사, 그리고 제약회사들을 위해 약사법 정비와 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부의 비리를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양의사와 양약사에게 한의학을 강탈당할 수 없다. 이제라도 한의학 침탈 행위를 막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천연물신약을 양의사와 공동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한의사협회 집행진의 굴욕적인 행태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로들은 “양의사는 (천연물신약을)이미 사용하고 있는데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후 법정 소송을 하겠다는 현 집행진의 계획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미 양약사와 양의사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약사법을 기초로 한 현행 약사법에 대한 헌법소원 등 법정소송은 매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의 처방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유권해석과 함께 잘못된 약사법이 정비되지 않는다면 한의학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주고 받기식의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원로들은 “그러나 현 집행진은 한의학계의 존폐가 달린 천연물신약 문제를 회원들에게 잘 알리지 않고 복지부와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며 가급적 조용히 협상해 해결하려는 누를 범했다”며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새로운 집행진을 내세우는 것만이 한의학계의 확고한 의지 표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마지막으로 “김정곤 회장을 포함한 집행진은 조속히 용퇴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며 “사퇴 시 책임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노력한 여러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와 격려를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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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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