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학력 너무 좋아져…" 여학생 거부한 대학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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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의 주요 대학 36곳이 다음 학년도부터 77개 문학·이학학사 학위 코스에 남학생만 받겠다고 밝혀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 보도했다.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원유산업대는 아예 “고용주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학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극단적인 조치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 “신정체제인 이란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여학생들이 학업 능력 면에서 남학생들을 압도하고, 여성의 학력 상승이 혼인율·출산율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유력 사제들의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이란 정부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해 성차별적인 이슬람 율법에 맞서지 못하게 하려 한다”며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비판했다. 현재 이란 대학생 가운데 여성 비율은 65%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란 과학·고등교육부는 “아직도 90%의 전공에 대해서는 여성이 참여할 길이 열려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텔레그래프는 금지 전공에 영문학, 호텔 매니지먼트, 핵물리학, 컴퓨터과학, 전자공학,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등 선진 학문이 대거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일확천금을 노리며 대학 교육을 받지 않으려는 남성이 늘어난 틈에 대학 진학 기회를 더 얻은 여성이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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