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증시 1등만 오르는 ‘승자 독식 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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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애플이 미국 증시 사상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등극했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간) 미 나스닥 증시에서 전날보다 2.63% 오른 주당 665.15달러에 거래되며, 시총 6235억2000만 달러(약 707조원)를 기록했다. 2위인 엑손모빌(4059억7000만 달러)보다는 2000억 달러 이상 많은 수치고,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1999년 12월 세웠던 역대 최고 시총(6163억4000만 달러) 기록을 넘어서자 “전후 제조업 거인으로 떠오른 자동차회사 GM과 개인 컴퓨터(PC) 시대를 열며 인터넷 시대 초기를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애플의 증시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총 1위인 애플 주가가 워낙 크게 오르다 보니 다른 종목은 오르지 않는데도 지수가 오르는 착시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의 나스닥지수 상승세는 상당 부분 애플에 기인한다.

 이처럼 1등 기업이 사실상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승자 독식’ 바람은 미 증시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확실한 1등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21일 현재 삼성전자가 전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1년 전 10.4%에서 17.3%로 급등했다. 삼성전자의 증시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올 들어 펀드 수익률도 삼성전자 편입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정도다.

 세계 증시 전반에 걸쳐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기 부양 발언에 힘입어 전 세계 증시는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 증시는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차별화의 키워드는 앞서 바로 ‘승자 독식’이다. 국가별 차별화는 물론 같은 국가 안에서도 1등 기업, 다시 말해 소위 ‘센 놈’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다.

 국가별로 보면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미국과 독일이 강세를 띠는 반면 같은 경제대국이라도 중국 등은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핵심국인 스페인·이탈리아는 최근 세계 증시 상승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회복세가 더디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기업 실적에 따라 주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애플 같은 시장 지배적 기업의 주가는 잘나가지만 나머지는 좀처럼 바닥에서 헤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초우량기업 30개만 담은 다우산업지수(이하 다우지수)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1만포인트 선에 겨우 턱걸이했지만 올 5월엔 사상 최고치인 1만3338.66포인트를 기록하고, 현재도 1만3000대 위에 머무는 등 강세를 띠고 있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종합지수는 아직 여기에 못 미친다. 두 지수의 격차는 단순하다. 초우량기업 편입 여부다. 다우지수처럼 우량주 30개를 담은 독일의 닥스30지수 역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올 들어 10조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수 중 시총 50위 이내 매수 비중이 80%를 넘어선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의 절반 이상이 시총 5위권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LG화학 5개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1등 기업의 이익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 차별화의 핵심은 유동성이 아닌 기업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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