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분석 전문가'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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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속사정을 꿰뚫어 보는 기업분석 전문가가 인기다.

퇴출 고비를 넘긴 금융기관들은 이들의 판단이 기업은 물론 이곳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고 최근 경쟁적으로 유능한 기업분석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잘 나가는 기업분석가는 억대 연봉에 성과급을 별도로 받는다. 17년 동안 기업분석 업무를 해온 온기선(44)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증권업계에서 활동하는 6백여 분석가 중에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외국계 증권사 못지 않은 보수를 받는다.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따로 만나 상담하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도 늘고 있다. 주택은행이 1998년 8월 말 김정태 행장 취임 이후 주가가 높아진 것도 "나를 찾는 애널리스트는 모두 만나겠다" 고 한 金행장의 처신이 한몫했다고 증권업계는 평가한다.

벤처 창업 바람이 분 99년부터 유망 벤처를 발굴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증권애널리스트와 여신심사 전문가들이 대거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서학수(38)마일스톤벤처투자 사장은 "경영과 기술, 자본시장을 이해해야 뛰어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밖에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기업의 건강을 진단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여신심사 전문가▶파산한 기업이나 자금난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는 프로그램과 전략을 제시하는 등 길잡이 역할을 하는 벌처(Vulture)애널리스트▶인수.합병(M&A)대상 기업의 속을 들여다보고 가치를 평가하는 M&A전문 애널리스트 등도 넓은 의미의 기업분석 전문가에 속한다.

이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기업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훈련 과정도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이정조(47)사장은 이론과 실무를 함께 갖춘 애널리스트 양성을 목표로 대학생과 여성을 상대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이달 말 선보인다.

연세대 상남경영원 애널리스트 과정을 비롯, 금융연수원.증권업협회.벤처창업투자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도 업계 종사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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