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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우리 유아교육 자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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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폭염비상이 걸린 이번 여름 유치원 교사들에게 충남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해외연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연수를 준비하며 국민소득도 높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도시국가로 알려진 싱가포르는 기초교육인 유아교육에 대한 열의와 환경이 얼마나 좋을까 절로 기대가 됐다.

첫 번째 방문한 유치원은 싱가포르의 그레이스 킨더가든으로 고급아파트와 주택지에 위치해 있고 원생수가 200명이 넘는 제법 큰 규모의 유치원이었다. 본관 건물은 우아한 영국식 건물이었으나 손님을 맞는 방은 좁고 화장실도 사용이 금지된 불편한 건물이었다. 교실환경은 우리나라의 70~80년대 교실 풍경을 연상할 정도로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운영권이 보장돼 있고 원장의 신념이나 재량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수업시간이 1일 3시간으로 규정돼 있어 오전반은 9시부터 12시까지 오후반은 1시부터 4시까지 2부제 운영을 하며 종일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하는 것이다. 두 배의 교육비를 부담하면 된다. 일체의 정부지원은 없다. 시설과 환경에 비해 교육비는 높은 편이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유아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원장은 영어와 중국어를 가르치는 자신의 유치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주목한 유치원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방문한 리얼키즈플러스(R,E,A,L kids plus)유치원이다. Learning and more, Your child’s way (당신 아이들의 방법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곳). “당신의 아이들은 개별적이고 독특하며(unique) 배우는 것에 원초적인 재능(Natural flair for learning)을 갖고 있다. 이런 원초적 재능을 배우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재능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안에서 보다 행복하게 더 잘 배울 것이다.” 그들이 건네준 리플릿에 있는 구절이다. 그들의 교육철학은 큰 공감을 주었고 실제로 교실에서 수업을 하거나 활동을 하는 원아들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바하사 말레이어 (모국어)도 공부한다. 원아들은 소득이 높은 중국계 어린이들이 많았고 그들의 가정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할 것이므로 이 어린이들은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말레이어 등 3개 국어를 동시에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좋은 커리큘럼과 교수방법을 적용한다면 7세 이전에 5개 국어 이상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정부는 5년 전부터 모든 교사들에게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발전의 큰 밑거름은 교육의 힘이었다는 말을 믿는다. 이번 연수를 통해 대한민국 유아교육도 학부모의 교육열과 교육계에서 선구자적 역할과 노력을 해 온 교사들의 땀의 결실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하나로 모아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교육의 밑바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올해부터 만 5세 무상교육까지 성취한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높은 수준에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조춘자 천안시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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