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UDY·유웨이어플라이 공동 총장 인터뷰 ④ 경상대 권순기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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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권순기 총장이 “지리산과 남해를 품고 있는 경남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생명과학 연구에 주력하겠다”며 대학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명도보다 연구실적을 봐달라.”
경상대의 자부심이다. 그럴 만하다. 최근 10년(2001~2010년)간 발표된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 인용도에 따라 해당 과학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논문 중 피인용 상위 1%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 결과, 수학 분야 전국 1위, 농업과학분야 2위, 컴퓨터과학·동식물과학 분야 각각 3위로 꼽혔으니 말이다. 최근 경상대가 거둔 성과다.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14일 경남 진주 경상대 총장실에서 권순기(53) 총장을 만나 학업성취와 인재 육성에 대한 비전을 들었다. 권 총장은 유기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우리나라 미래 산업기술 개발의 선도자 중 한 명이다.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조사한『2010 대학산학협력백서』에서도 투자(연구지원비) 대비 성과(기술이전·사업화)를 나타내는 ‘연구비 회수율’에서도 전국 대학 중 5위, 국립대 중 1위를 기록해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지역 대학들을 앞질러 지방 대학의 연구 역량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연구비 회수율은 연구지원비가 기술이전과 사업화로 얼마나 연결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교수들이 외부 연구사업을 유치할 때마다 대학이 그에 비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들의 협력도 컸다. SCI 논문 인용지수도 경남지역에선 경상대가 유일하게 5위 안에 들었다. 특히 생명공학·기계항공공학·나노신소재를 교과부의 인정을 받은 특성화 분야로 집중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분야의 기초가 되는 수학과 컴퓨터과학에도 연구역량을 집중한 덕이다.”
 
- 그 결과 과학 분야에서 경상대가 거두고 있는 성과를 꼽는다면.

 “교과부가 선정·지원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에서 국립대 중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에서도 2010·2011년 연속 전국 1위를 달성했다. 농촌진흥청이 10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하는 ‘차세대 바이오그린21 사업’에 경상대의 시스템합성농생명공학사업단이 선정돼 1차년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계항공공학에선 진주사천 항공 클러스터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항공우주특성화대학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나노신소재 분야에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함께 지난해 초 ‘경상대·SM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센터’를 설립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초 삼성전기와 공동 설립한 ‘삼성SPMC연구센터’에선 LED TV에 들어가는 고주파 트랜스를 연구하고 있다. 6년간 60억원이 지원되는 ‘융합파이오니어 연구센터’는 인체에서 발전·충전하는 신개념 융합형 전원을 개발 중이다.”

-이같은 성과를 낳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계약학과제’를 운영 중이다. 대학과 기업이 전공 공부를 시작하는 2~3학년 학생들 중 일정 조건을 갖춘 학생을 선발해 취업과 연계된 실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성동조선해양 연계교육과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석사 과정에도 적용하고 있다. 기계시스템공학과가 중소기업청 지정 계약학과로 경남의 특화산업인 기계 관련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재교육하고있다. 창원의 경남테크노파크에 강의실을 마련해 현장의 문제해결을 위한 실전능력을 심어준다. 현장실습·연구 기회도 장기간 제공하고 있다. 다른 대학보다 긴 8~16주 과정으로 학점도 함께 취득할 수 있다.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도 꼽을 수 있다. 동남권 전략사업 가족회사 800여 곳과 협력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창의·융합·통섭이 강조되고 있다. 30년간 이공계를 걸어온 학자로서 과학기술 인재들에게 어떤 역량을 강조하고 있나.

 “오늘날은 지식을 많이 가진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어떤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식의 보유를 넘어 활용해야 하는 바로 창의성의 시대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은 밝다. 하지만 그 옆은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그 사각지대를 또 다른 차가 비추면 환하게 볼 수 있다. 융합이란 이런 개념이다. 나도 융합의 한 사례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석·박사로 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공대에 근무하면서 정보통신(IT) 분야를 연구하게 됐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전공과 분야가 바뀌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었지만 사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덴 도움이 컸다.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이 같은 경험이 오늘날 유기반도체 연구에서 성과를 올리는 내공이 됐다.”

-학생들 역량 강화를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입학하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인성과 소양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예절교육관을 지어 전통문화 체험은 물론 직장 예절, 글로벌 에티켓 등을 교육한다. 영어 전용 공간을 지정해 생활 속 외국어 활용 습관을 길러주는 EZ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해외문화를 탐방하는 GPP(Global Pioneer Program)을 운영, 전공지식을 국제무대에서 활용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공별 교수와 학생들을 만나 교육현장의 문제를 듣고 관심을 가진 점이 도전의식과 동기를 심어주려 노력한다.”
 
-경남지역 ‘거점 국립대’로서 역점을 둔 사항은.

 “인재와 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거점 국립대와 지자체가 향후 협력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경남은 지리산과 남해를 안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농업과 수산업이 발달해 미래 산업의 원료를 발굴할 수 있는 국가적·지역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동시에 국가의 미래 식량자원 개발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상대는 의학전문대학원·간호대·약학대·보건대학원·식의약품대학원·경상대병원·창원경상대병원(2015년 개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양과학대까지 설립해 생명공학의 인력육성과 연구개발의 요람이자 지역균형발전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권순기 총장=유기발광다이오드(OLED)·유기박막트랜지스터(OTFT)·유기태양전지 등 유기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자다. ▷ 산업자원부 차세대 신기술개발사업단 운영위원장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 5개년 계획 석유정밀화학분과 기획단장 ▷지식경제부 디스플레이산업 전략기획위원회 OLED분과 위원장 ▷지식경제부 소재부품전략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우리나라 미래 산업기술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와 KAIST 화학과 석·박사를 졸업한 뒤 1987년 부터 경상대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초 역대 최연소로 총장에 올랐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경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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