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인권탄압국에 '햇볕 정책'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은 앞으로 역외 국가의 인권.민주주의 문제를 다룰 때 '햇빛 정책' 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EU는 1995년 인권존중.민주주의의 원칙을 대외관계의 핵심으로 삼기로 하고 그동안 인권탄압이 심했던 니제르.토고.코트디부아르.아이티 등 7개국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문제국가에 직접적 제제를 가해왔다. 하지만 크리스 패튼 EU 대외담당 집행위원은 8일 앞으론 무역이나 원조 등을 이용해 해당국가의 인권.민주주의 신장을 간접 유도하는 새 정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패튼 집행위원은 8일 성명에서 "EU는 제재 등 부정적인 방식보다 동반자 관계 설정과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권 촉진 방식을 선호할 것" 이라고 말했다. 패튼은 EU나 회원국이 앞으로 인권탄압 국가들에 단교 등 제제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각국 정부나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실질적인 인권변화를 유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대외관계의 지표로 삼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수단을 '채찍' 에서 '당근' 으로 바꾼 것이다. 새 정책은 국제사면위원회.국제인권연맹.인권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EU 15개 회원국은 대외 관계에서 이 원칙을 적용하게 된다. 새 원칙은 최근 EU국가와 북한과의 수교가 줄을 이은데 이어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방북한 것과 관련해 주목된다.

패튼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국가는 EU의 가장 좋은 교역 파트너" 라고 말해 무역 특혜 등 주로 경제적 조치들을 이용해 인권문제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토록 유도할 방안임을 시사했다.

EU 집행위도 이날 성명에서 앞으로는 대외원조를 인권과 연계시키는 등 EU 차원의 일관성 있는 인권.민주주의 확산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패튼은 "EU는 인권.민주주의 문제가 대외 정책결정의 핵심이 될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EU구상' 을 포함한 국제적 대화.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용할 것" 이라고 밝혔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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