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 제한 증시에 미치는 영향 작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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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가 9일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증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주주들이 총액한도를 넘는 주식을 장내에서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해당 종목은 물론 주식시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4조원 정도의 출자한도 초과 주식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의 주식 거래규모가 2조원을 넘고 시가총액이 2백81조원에 이르는 만큼 1년간의 유예기간에 분산해 매각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 4조원의 물량부담은 불가피〓공정위는 지난 3월 말 현재 30대 그룹의 출자한도 초과분이 15조원 가량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중 외국인투자기업과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와 구조조정 관련 출자 등 예외가 인정되는 6조원을 제외하면 9조원이 남는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5조원 가량은 계열사간 합병이나 순자산 증가 등으로 해소할 것으로 보고 실제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규모는 4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취득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어서 실제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자한도 초과 물량을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취득했다면 매각규모는 줄어든다.

반대로 취득시기가 종합지수가 280선까지 내려갔던 1998년 중반이라면 매각가격이 취득가를 크게 웃돌아 매각 규모가 커질 수 있다.

◇ 엇갈리는 증시 파장〓대주주들이 출자한도 초과분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면 해당 종목에는 큰 악재가 된다.

수십만주에서 수백만주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 수급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주주.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필요한 기업들은 대부분 사전에 약속한 계열사나 금융기관을 상대로 시간외 거래에서 물량을 소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초 현대자동차가 출자총액 한도를 해소하기 위해 7천9백만여주(6천5백억원)의 주식을 매각했을 때도 시간외 거래를 통해 인천제철.기아차 등에 팔아 주가에는 영향이 없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기업들이 경영권 안정 등을 고려해 출자총액 초과분 중 상당부분을 자사주나 우리사주로 소화하거나 협력업체 등 관계회사에 분산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추가 손실과 주주들의 압력을 무릅쓰고 장내 매각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출자총액 한도 해소가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기업 구조조정이 강화되고 경영 투명성이 높아져 주식가치가 올라가면 외국인을 중심으로 주식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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