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 기술이 빚은 변화 … 사과의 고장 충주서 아열대 과일 한라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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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북 충주농업기술센터 시험장 연구원들이 수확에 성공한 신품종 멜론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충주시]

사과 명산지로 유명한 충북 충주시가 아열대 과일 생산지로 거듭날 참이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한라봉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멜론 수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충주의 대표 과일인 사과 생산지는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다. 지난주에는 전북 순창의 한 농민이 노지에 시험 삼아 심은 바나나 나무에 바나나가 열리기도 했다. 기후 온난화와 농업 기술 개발이 맞물려 빚어낸 이변이다.

 17일 충북 충주시 달천동 충주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시험장.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탐스럽게 열린 멜론을 따 정성스레 상자에 담고 있었다. 중부지방에 속하는 충주에서 처음으로 아열대 과일인 멜론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직원들은 “충주가 이제 멜론의 새로운 주산지가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충주시는 지난 3월부터 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시험장 100㎡에 이스라엘산 멜론 140그루를 심어 이달 초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원형과 타원형의 노란색 네트 멜론과 흰색, 황색, 녹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에 수확한 멜론의 무게는 개당 2.5~2.8㎏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멜론(1.2~1.5㎏)보다 크기가 크고 당도도 13브릭스로 높다. 시험재배에 성공한 농업기술센터는 10월부터 희망 농가에 재배법 등을 전수해 멜론을 충주의 대표 작물로 육성할 계획이다. 충주는 물론 인접한 음성군과 진천군에서도 멜론 재배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충주에서는 제주도 특산물인 한라봉 수확에도 성공했다. 충주시는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라봉을 새로운 소득작물로 정했다. 2009년부터 3년간 공을 들여 시험재배한 끝에 지난해 11월 첫 수확을 일궈냈다.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던 용두동 이제택(55)씨 농가의 비닐하우스(7272㎡)에 1200그루의 한라봉을 심어 환경과 토양에 적응하게 해 9t의 한라봉을 땄다. 시는 이 충주산 한라봉을 ‘탄금향’으로 지었다. 재배 농가가 늘어난 올해는 3ha의 밭에서 25t은 무난히 수확할 전망이다.

 이 밖에 전남 지역이 주산지인 아열대 식물 무화과 700그루도 단월동 신대마을 임봉규(68)씨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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