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부산 선후배 감독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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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김호곤 감독은 매우 영리하고 재능있는 후배였습니다"

"김호 선배는 후배에게는 자상했고 경기에 임해서는 치밀한 분이었습니다"

프로축구 2001 아디다스컵대회 결승에서 맞붙게 된 김호(57) 수원 삼성 감독과 김호곤(51) 부산 아이콘스 감독은 서로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호, 김호곤 감독은 통영중, 동래고 선,후배사이로 졸업연도를 따지면 김호 감독이 6년 선배인 셈이지만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들은 고교 졸업 후 69년과 70년 상업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각각 실업과 대학으로 진로를 택한 이후 71년과 72년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을 뿐 선수시절 대결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사석에서 자주 만나 축구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끈끈한 정을 이어왔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김호 감독은 수원의 사령탑을 맡아 99년 4관왕을 달성하는 등 명장으로서의 자리를 굳혔지만 지난 해 주전들의 부상으로 정규리그 포시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대회인 아디다스컵에서 3연패 뒤 5연승, 준결승에서 전북 현대를 격파하고 결승에 진출해 강호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해 프로에 뛰어든 김호곤 감독은 모기업 대우의 부도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부산 아이콘스를 맡아 모래알 같았던 팀을 1년만에 `탄탄한 조직력의 팀'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올 시즌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수원과 부산을 이끌고 있는 선,후배 감독의 대결은 9일과 13일 두차례 경기에서 판가름난다.

선배 김호 감독은 "부산은 대우 시절부터 전통을 이어 온 명문 구단인 만큼 큰 경기에 강한 팀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독려해 기필코 우승하겠다"고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후배 김호곤 감독도 "우리팀과 수원 모두 공격이 강한 팀인만큼 수비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부산의 사령탑을 맡은 뒤 처음 도전하는 우승이기 때문에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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