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살리자 2부] 4. 광주, 광산업 육성

광주광역시 북구 월출동 첨단과학산업단지내 3만평 규모의 광(光)산업단지.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잡초가 무성했던 이곳은 5개월 만인 올 3월 부지조성을 마치고 입주업체를 기다리고 있다.

'빛고을' 광주가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광산업에 지역경제의 미래를 걸었다.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데다 있는 것마저 소비산업 중심이어서 갈수록 경제기반이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것이다.

20세기가 전자(電子)시대였다면 21세기는 광자(光子)시대. 빛을 제어하고 활용하는 광기술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형광등.전지에서부터 광통신.광소재.정보기기.에너지.의료.생명공학.레이저.핵융합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의 핵심기술로 응용된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사업에 2003년까지 모두 4천81억원(국비 2천4백14억원, 시비 5백71억원, 민자 1천96억원)을 투입, 한국 광산업의 메카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 이제 걸음마 수준=광주시가 광산업에 뛰어든 것은 1999년 초.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경쟁력을 갖춘 특화사업을 발굴.육성하자는 취지로 기업인.연구원.공무원 34명이 '과학기술전략기획연구회' 를 구성했다.

같은 해 7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광산업 육성을 건의, 국가 전략사업으로 선정됐다.

광산업 육성의 첫단추는 기업유치. 광주시는 지난달 엄격한 심사를 거쳐 광산업단지 입주기업 19개사를 선정했다. 기술력과 경영능력, 자본력이 선정기준이었다. 서울.부산.대전.안산 등 타지역 업체도 8개나 포함됐다.

경기침체로 전국 대부분의 지방공단이 텅 비고 있는 상황이지만 1차 입주업체 모집에 34개사가 신청해 광주 광산업의 미래에 기대를 걸게 했다.

선정된 업체들은 연말까지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부분가동에 들어간다. 이 단지에는 앞으로 25개 기업이 추가로 입주하게 된다.

지난달에는 기술개발과 업체의 장비 구축.제품화.경영 등을 지원할 한국광기술원이 문을 열었다.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조선대 등의 광응용 분야 교수 1백50여명.석박사과정 대학원생 1천여명 등과 함께 고급인력 양성과 기술개발을 하는 것이 주기능이다.

광주에 있는 초고속 광네트워크연구센터.광응용기술연구소.레이저응용연구소와 관련기업 51개사도 지원한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우리로광통신.휘라포토닉스.LG이노텍 등 관련업체들은 광섬유.로봇 시각장치.광분배기.태양광 발전제어기 등 각 분야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광산업 특성상 중요한 산.학.연 협동체제가 골격을 갖춰 나가면서 광산업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51개였던 이 지역 광산업 업체수가 1년 만에 1백19개로 배 이상이 되었다.

광주시는 올해 광통신기기 시험시스템, 광산업 창업지원, 광제품 기술개발 및 상품화, 인력양성 등에 1천5백34억원을 투자하는 등 2~3년 안에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는 지역내 광산업 생산 및 부가가치가 2005년 1조1천1백억원, 2010년에는 3조8천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부지원 강화해야=광주시와 기업들이 현재 가장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과 상품화. 광통신 부품개발업체 휘라포토닉스의 고천주(37)이사는 "고부가 기술력과 생산체제를 갖추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며 "투자가들을 유인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할 때까지는 국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 광산업 육성계획의 초기사업비 중 민자 부담률은 24.7%에 이른다. 이를 10~15%로 낮추고 최소한 그만큼 국비 지원을 해야 기술력의 상품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광산업진흥회 김종수(金鍾秀.58)회장은 "국내 광산업이 2010년 세계 5위권으로 집입하기 위해선 일본 하마마쓰 테크노폴리스나 미국 투산 옵틱스 밸리 등 광산업 집적화단지처럼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광주=구두훈 기자 dhk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