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공급없이 2.5세대 서비스 실시 남발

중앙일보

입력

LG텔레콤과 KTF(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 통합법인) 는 지난 1일부터 CDMA-2000 1X(2.5세대)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PCS보다 5~10배 빠르게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첨단 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PCS 가입자는 거의 없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신형 휴대폰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리점 등에 보급된 2.5세대용 PCS폰은 1만대 남짓. 월평균 수요(1백만대) 의 1%에 불과한 양이다.

통신업체들이 단말기 공급계획도 불투명하고,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경쟁사를 의식해 전국 서비스를 한다고 서둘러 공언한 결과다.

통신서비스가 업체간 과당경쟁과 정책 부실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2.5세대 단말기의 경우 본지가 서울.인천 등 주요 도시의 LG텔레콤및 KTF 대리점 10곳에 확인한 결과 파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인천시 남동구의 한 KTF 대리점은 "아직 1X 단말기를 공급해 준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며 "언제 들어올지 알 수가 없다" 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아예 지난달부터 신규 가입조차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서비스 개시는 망 구축과 요금체계 변경을 완료했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균 1백44Kbps의 안정된 속도, 컬러 동영상, 충분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고는 2.5세대 서비스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고 일축한다.

발신자표시전화(CID) 서비스도 문제다. 당초 정통부는 5월 1일부터 상용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초 예정(4월 9일) 보다 보름 늦게 관련 규정을 고치는 바람에 시기가 상당기간 늦어지게 됐다.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혼란에 빠져 아직 요금을 얼마 받을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이용자들은 요금인하(월 3천5백원 예정) 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통부는 요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업체들의 원가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정책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가 불러온 결과다.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작업도 마찬가지다. 전임 안병엽 장관이 출연금을 전혀 깎아줄 수 없다고 공언했으나, 신임 양승택 장관은 출연금을 깎아줘야 한다고 주장해 혼란을 주고 있다.

하지윤.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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