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전주영화제 아직은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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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개막한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http://www.jiff.or.kr)가 3일 폐막한다.

지구촌 20여개국 2백여편의 영화가 전주의 1주일을 장식했다.

일단 관객 동원면에선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위측은 유료관객.초청자를 포함해 약 10만명이 전주영화제를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1회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영화제의 열기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비상업 영화제에 상업영화제 같은 열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하더라도 올초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집단 사퇴에 따른 준비기간 부족 등의 후유증이 엿보였다.

지난해보다 인터넷 예매를 활성화하고, 또 매표소의 컴퓨터를 크게 늘렸지만 표를 구하는 과정이 여전히 힘들었다. 주요 작품이 상영된 전북대 문화회관에서 표를 사려면 한 시간이 예사였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부산영화제도 제자리를 찾는데 여러 해가 걸렸다" 며 "이제 2회밖에 안된 전주영화제를 놓고 성공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격려가 우선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안영화.디지털 영화를 표방한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공로는 평소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다수 상영했다는 점이다. 급진영화를 내세운 올해엔 장 뤼크 고다르.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 거장의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경선으로 치러진 한국 단편영화제도 긍정적이다. 젊은 영화학도의 창의성과 실험성이 번뜩이는 단편들이 일반 관객과 만나는 통로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전주영화제의 얼굴인 '3인3색전' 은 개선이 요구됐다.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신과의 대화' ,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공공장소' 는 디지털 카메라만 사용했을 뿐 디지털 영화의 새로움을 발굴하는데 미흡했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3인3색전' 은 전주영화제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행사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지난해에 비해 감독들의 지명도는 높았지만 심혈을 기울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며 "제작기준.방향 등을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고 말했다.

가장 큰 숙제는 전주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대안영화라는 영화제의 기치를 어떻게 무리없이 연결하느냐는 것. 영화 인프라가 튼실하지 않은 전주와 아직 개념이 불명확한 대안영화 사이에 접점을 찾는 것이 전주영화제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험적.도전적 영화제라는 긍정적 취지에도 영화제의 주인이어야 할 전주시민을 비롯한 영화팬들의 활발한 참여가 없으면 '절반의 성공' 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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