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데릭 로우, 다시 마무리보직 해임

중앙일보

입력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투수이자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구원왕이었던 데릭 로우(27).

그러나 요즘 그는 수난의 연속이다. 올시즌 로우는 이미 패전을 4번이나 기록했으며, 블로운 세이브도 2개나 기록했다. 불과 몇 경기 동안이었지만 이미 한차례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물러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 두번째로 마무리투수 보직에서 해임되었다.

보스턴의 지미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일(한국시간) 시애틀과의 경기를 앞두고 로우에게 마무리 투수직에서 잠시 물러나있을 것을 통보하였다.

윌리엄스는 로우에 대해 "로우는 우리에게 아직도 중요한 선수이다. 우리는 아직 그가 필요하다. 나는 그를 완전히 마무리투수 보직에서 해임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가 컨디션을 되찾으면 다시 마무리로 기용할 것임을 밝혔다. 이 같은 윌리엄스 감독의 결정에 대해 로우는 순순히 받아들이며 감독의 신임을 다시 받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피력했다.

사실 4월 30일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 조 랜다(31)에게 역전 3점홈런을 맞고 팀의 승리를 날려버린 후 그의 마무리 보직 해임은 예견된 것이었다.

볼티모어와의 시즌 개막전서부터 난조를 보이며 뒷문단속에 실패했던 로우는 이후 계속되는 경기에서 잇달아 승리를 지키는데 실패하였고 4월을 마친 상태에서 1승 4패 3세이브, 방어율 6.75라는 마무리투수의 성적이라고 차마 말하기 부끄러운 성적표만이 남게 되었다. 이미 지난 해 전체시즌 동안에 당했던 패수와 같아진 상태이다. (2000년 4승 4패 42세이브, 방어율 2.56)

로우가 올시즌 이토록 슬럼프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감 상실을 들 수가 있다. 구위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와 비교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의 '전가의 보도'인 싱커는 충분히 타자들을 땅볼로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로우 자신에게 있다. 초반의 제구력 난조로 인하여 개막 이후 볼티모어와의 3연전에서 두번씩이나 마무리 역할을 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작년에 보여줬던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팀내에서도 그의 부진을 전적으로 심리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로우를 대신할 마무리 투수로 롤란도 아로호(32)를 점찍어 둔 상태이다. 지난 시즌까지 선발로 나름대로 팀에 공헌을 했던 아로호는 올시즌 선발경쟁에 탈락해 불펜으로 밀려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쿠바 출신의 아로호는 올시즌 9경기에 출전하여 15.1이닝 연속 무실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삼진도 무려 13개나 잡고 있다. 이미 지난 2일 시애틀과의 경기에서는 로우 대신 마무리로 등판해 세타자를 깔끔하게 범타로 처리하여 시즌 4세이브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동안 위력적인 공을 가지고 있으나 너무 직구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아로호로서는 오히려 구원투수로 돌면서 그의 직구위주의 대담한 피칭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왕년의 구원왕' 로드 벡,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 리치 가르세스 등 올시즌 보스턴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중간계투진이 아로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로우의 공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로우에게 있어서는 속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구원요원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일수록 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중간계투로 나서게 될 지난 시즌 구원왕 데릭 로우. 그가 과연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감독의 신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팀내 다른 구원투수들의 약진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로우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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