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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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 13일 오후 2시30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건물 앞. 60여명의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용산역세권개발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며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부터 지금까지 5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해 피해가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이촌동 아파트 거주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은행 담보 대출을 늘려 이자부담만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다”며 “보상을 서두르지 않으면 제2용산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흥분했다.

이들이 집회를 연 동화면세점건물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30개 출자사들이 세운 시행주체인 드림허브PFV(프로젝트금융투자)가 자리를 잡은 곳이다.

이날 드림허브PFV가 이사회를 열어 ‘서부이촌동 보상계획 및 이주대책안’을 승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도 역시 보상계획은 승인되지 못했다.

보상 자금 마련을 위한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 주주 배정과 새로운 제3자 배정에 따른 지분율 변동, 외부 건설사 시공권 참여 등 새로운 사안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CB발행 과정에서 기존 30개 회사 외에 새로운 출자사도 나타날 전망이다.

▲ 13일 오후 2시30분 용산역세권 개발을 위한 출자사들의 투자회사인 드림허브PFV의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보상계획 마련을 서두르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드림허브PFV측 관계자는 “보상자금 마련에 CB발행은 필수적인데, 30개 출자사들이 각사 입장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사안이 생겨 보상계획 승인을 다시 미뤘다”며 “오는 2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다시 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500억원 전환사채 입장만 정리되면 승인 문제 없어”

지난해 8조원대 땅값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보상계획에 대해 시민 합의를 통한 ‘시민참여형’으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이후 속도가 빨라졌다.

시행사는 보상안을 서둘러 마련하는 듯했고 올 상반기 최종 보상안을 마련해 4.11총선 직후 공개해 주민 의견을 물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보상 자금 마련과 보상 계획에 대해 출자사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사업이 겉돌기 시작했다.

대주주인 코레일은 나중에 비공식적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드림허브PFV의 자본금이 너무 적다며 출자사들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증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 출자사 가운데는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개발이 너무 규모가 크다며 분리개발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대부분 큰 논란 없이 정리됐다는 게 드림허브PFV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레일의 증자 주장은 당초 공식적인 요구가 아닌 의견이었을 뿐이고 분리개발도 심각한 논의 사항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드림허브PFV 관계자는 “일단 2500억원 규모의 CB발행 문제만 해결되면 보상안 승인을 위한 다른 걸림돌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보상과 별도로 민간서 1조원 이상 추가 보상

이달 23일 열기로 한 이사회에서 승인을 대기하고 있는 보상계획은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드림허브PFV 관계자에 따르면 새 보상안에는 기본적인 보상 금액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 수준에서 결정하되 사업자가 개발 이익을 줄여 1조원 이상의 민간 보상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계획에 따르면 2200여명의 주택 소유자는 새로 지어질 주상복합 아파트의 입주권과 할인분양 혜택을 받는다.

또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과 3억원이상의 전세금 대출을 무이자로 지원받는다. 3000만원의 이사비도 받는다.

1200여명의 주거 세입자는 공공임대아파트 우선 입주권과 2000만원의 이사비를 받으며, 200여명의 상가영업자는 3000만원의 이사비와 영업보조금을 지원받게 된다.

기존 개발사업에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민간혜택이라는 게 시행사측의 입장이다.

새 보상안에 대한 주민 반응, ‘또다른 난관’

다만 이 보상계획을 주민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보상 대상 부동산의 시세가 떨어져 시세 보상을 받으면 새로 받게 될 주상복합 아파트 할인 분양가에 한참 밑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할인분양가를 2007년 사업 추진을 위한 최초 동의를 받으면서 제시했던 3.3㎡당 약 2900만원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드림허브측은 물가 및 개발비 상승 등으로 그 수준에 맞추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서부이촌동 보상안 승인이 늦어지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당초 계획한 2016년 말 준공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상안이 마련되면 시행사는 2~3주 동안 주민설명회와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서울시는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논란이 된 성원·대림아파트 분리개발 등을 포함해 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과 담당자는 “주민 투표 후 물건조사, 보상계획 공고, 감정평가 시행, 협의보상 착수 및 주민이주 개시 등 보상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계획대로라면 예정대로 2016년 말 준공할 수 있겠지만 보상절차가 계속 늦춰지면 2017년으로 준공시준공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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