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9월 돼지고기 수출길 열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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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수 농림부 장관은 3일 전국 시장.군수.읍장.면장과 마을 단위의 공동방제단장 1만5천여명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2월 24일~4월 말의 구제역 특별방역기간이 무사히 지나 한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는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았다. 북미.호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영국은 2백33만두의 소.돼지.양을 도살해 묻는 등 1백30억달러의 피해를 보았다.

우리 방역당국도 긴장했다. 지난해 61년만에 중부지방을 급습한 구제역의 현장은 무서웠다. 농림부 노경상 축산국장은 "보이지 않는 사신(死神)과 피말리는 싸움을 벌였다" 고 말했다. 청와대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구제역 방지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 정부를 독려했다.

방역작업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농림부는 전국적으로 1만2백69개의 공동방제단을 만들어 매주 일제 소독을 하고 가축시장도 폐쇄했다. 공항.항만에는 2천4백명의 검역요원이 여행객의 신발을 소독하고 휴대품을 조사했다.

유럽 일부국가에선 "우리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육류 반입을 금지시켰다" 며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기도 했다.

별 탈이 없으면 한국은 오는 9월 구제역 청정국가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지난해 8월까지 예방접종을 했으므로 1년동안 구제역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그러면 일본에 돼지고기 수출도 재개할 수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세계적인 구제역 여파로 2년 전보다 돼지고기 수출가격이 20% 올라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한국이 얻은 이익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구제역 피해농가 지원과 방역비로 3천6억원이 들었고 돼지고기 수출 중단으로 4천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축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육가공산업의 피해까지 합하면 2조원에 이른다는 것.

간접 효과도 쏠쏠할 전망이다. 축사를 집중 방역한 결과 돼지콜레라를 비롯한 가축질병이 덩달아 사라졌다. 농림부는 최근 미국에서 한국의 구제역 방역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축산 선진국의 이미지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 한갑수 농림부 장관

- 이제 안심해도 되나.

"큰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긴장을 풀 순 없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

- 근거는 무엇인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온도(25도 이하)와 습도(60% 이상)가 맞아야 활동이 활발해진다. 보통 2월부터 4월까지다. 황사도 무사히 지나갔다. "

- 남은 걱정은.

"우리는 대만.홍콩.몽골.러시아.중국(미확인 첩보) 등 구제역 발생 국가에 포위돼 있다. 구제역은 감염 경로가 다양하고 언제 어떻게 유입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

- 언제 구제역 청정국가가 되나.

"지난해 8월 30일 마지막으로 구제역 예방접종을 끝냈으므로 1년이 지나야 한다. 9월에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청정국 신청을 하겠다. OIE의 승인이 나오기 전이라도 일본과 돼지고기 수출 협상을 서두르겠다. "

- 구제역 방역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대규모 축산농가는 자발적으로 방역에 나섰다. 한두 마리 소를 기르는 사육농가가 많아 애를 먹었다. 1만여개의 공동방제단을 통해 소규모 축산농가를 집중 소독해 효과를 보았다. "

- 앞으론 방역 강도를 낮추나.

"방역은 꾸준히 하겠다. 5월부터 상시방역 체제로 들어가 매달 2회 소독하고 국경 검역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방역 강도는 해외의 구제역 발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자꾸 생겨나 이를 총괄할 동식물위생검역청을 곧 출범할 생각이다. "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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