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더 망가질까" 체력보강 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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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3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한 최근 경제동향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경부 박병원 경제정책국장은 "국내 경제는 현재 청신호와 적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면서 "추가적인 경기진작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6월께나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될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기가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예측하는 요인으로 재경부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이 2%로 나옴에 따라 미국과 국내 증시가 동시에 오름세를 타고 있고▶지난 3월에 국내 산업생산과 소비가 다소 개선된 점을 꼽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되는 설비투자와 수출입 감소,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점 등은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부는 특히 지난달 수출 감소(증가율 -9.3%)보다 16%나 된 수입 감소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가 이어지면 나중에 경기가 좋아질 때 이를 받아먹을 수 있는 성장잠재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세법을 고치면서까지 임시투자세액 공제시한을 연말로 연기키로 한 것도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의 설비자금 지원규모를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 움츠러든 설비투자를 되살릴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데 설비투자를 늘리는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며 "다만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경기가 호전될 조짐이 보이면 힘을 발휘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설비투자 한도를 늘리는 일도 당장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올해 6조3천억원의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지난 4월 26일까지 1조4천억원만 집행됐다. 기업은행의 설비자금도 올해 계획한 2조5천억원 중 3월까지 3천7백억원이 나가는데 그쳤다.

정부는 수출 증대.물가안정과 관련해 딱 떨어지는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다. 수출의 경우 세계 교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중동.중남미.중국 등 새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물가는 공공요금을 안정시켜 연간 소비자물가 관리목표인 3%대를 지키겠다고 강조할 정도다.

홍익대 박원암 교수는 "미국 경제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섣불리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며 "그러나 은행합병이나 상시 기업퇴출시스템에 의한 기업퇴출 등 구조조정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고 주장했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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