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학에 빨리 키스가 등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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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종회(57·사진) 경희대 교수(국문학)는 자타 공인 북한 문학 전문가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총장 등 경력을 바탕으로 20여 년 간 북한 문학 연구에 매진, 『북한 문학의 이해』(전 4권) 등의 저서를 낸 그가 이번에는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국학자료원)를 펴냈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60여 년 간 북한 대표 문학작품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기영의 ‘개벽’, 한설야의 ‘개선’, 이태준의 ‘먼지’ 등 31편의 소설과 조벽암·박세영·오영재 등의 시 252편이 실렸다. 26편의 문학비평과 연구논문 21편도 함께 엮은 총 2945쪽(4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2007년부터 5년 간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와 국립도서관·국회도서관 등을 누비며 수집·분류한 북한 문헌에서 엄선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학만큼 당대 북한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시대인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매개체는 드물다”며 “북한문학 연구는 북한의 현재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출간 의미를 강조했다. 특수자료로 분류돼 문학인이나 일반 연구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북한 문학원전을 보다 손쉽게 접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책을 펴내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이념을 앞세워 문학을 도구화하는 북한과 예술적 가치를 최고로 치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무작정 비판만 하는 건 문제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그런 특성을 이해하고 민족동질성과 연대의식을 회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 문학이 빨리 키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성·김정일 우상화를 최우선하는 노동당의 문예정책에 따라 북한 문학에서 금기시되는 키스 등 성애(性愛) 묘사가 등장하는 게 중대한 변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부인 이설주를 동반하는 건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퍼스트레이디를 은둔케 하지 않고 공개하는 건 상식이 통하는 행동을 하겠다는 행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김정은 체제는 결국 변화할 것이고 그 조짐은 문학작품에도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의 문예지침이 바뀌기 전에는 북한 문학이나 문인들이 사회변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남북한은 물론 중국과 미국·일본의 한인 문학을 아우르는 ‘한민족문학사’를 펴내는 데 열정을 불태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진 경희대 문화홍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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