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사에 공적자금 7천억 투입

중앙일보

입력

공적자금 투입의 기본인 ‘최소비용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7천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게 됐다.

2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수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과 현대·삼신·한일 등 3개 생명보험사를 각각 출자 형식의 지분 참여와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조6천3백56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수협과 이들 3개 생보사를 청산할 경우 9천4백44억원이 들어간다는 예보의 분석이다.최소비용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바람에 6천9백12억원의 공적자금이 더 필요한 것이다.

회사별로 수협의 경우 청산비용은 3천7백34억원인 반면 출자 형식의 지원비용은 9천2백53억원이다.또 3개 생보사의 청산비용은 5천7백10억원이지만 계약이전 비용은 7천1백3억원으로 분석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당시 논란 끝에 수협 자금지원과 생보사 계약이전이 ‘국민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다수결로 통과시켰다.투명한 공적자금 집행을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공적자금관리위가 ‘최소비용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한편 조만간 정리방안을 결정할 서울보증보험도 ‘최소비용 원칙’의 예외가 적용돼 5조6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을 정리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수협 등과 비교할 수 없으므로 최소비용 원칙의 예외 적용이 불가피하다”며 “현행 법령에서 국민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최소비용을 따진다고 못박은 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관료들은 자신의 임기내 정책 실패에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어 금융기관 청산에 따른 국민경제적 손실이나 시장 위험을 확대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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