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희망 줄기세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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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세

서울나은병원 대표원장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환자가 급증하는 질환이 퇴행성관절염이다. 요즘엔 젊은 층에서도 퇴행성관절염을 볼 수 있다. 운동 부족과 비만으로 무릎 근육이 약화돼 관절에 부하가 커진 탓이다.

 지나친 운동이나 과도한 관절 사용으로 관절 내 연골이 손상돼도 생길 수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다. 무릎 주위의 근육이 약한 데다 가사로 쪼그려 앉는 자세가 연골이나 연골판 손상 위험을 높인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퇴화하는 것이므로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치료법은 비수술요법과 수술이 있다.

 비수술요법은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유지시키면서 변형을 방지한다. 하지만 비수술요법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변형이 발생하면 수술로 관절을 교정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절개에 대한 부담감과 수술 뒤 회복·후유증, 장기간의 재활, 10~20년이라는 제한적인 인공관절의 수명 등 불편함을 느낀다.

 다행히도 최근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시키는 줄기세포 치료가 시작됐다. 줄기세포란 여러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 즉 미분화 세포다.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한다. 줄기세포의 복제 능력, 분화 능력, 호밍효과(손상된 기관이나 재생이 필요한 부분으로 이동해 세포를 재생) 덕분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자기 연골을 재생해 다시 젊은 무릎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수술 방법도 간단하다. 4~5㎝의 작은 절개 부위로 손상된 관절면을 노출한 뒤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골 손상 부위에 주사한다. 고령의 환자도 시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수술 후에는 3~4일 입원이 필요하다. 이후 6주 정도는 이식한 줄기세포가 연골 내에서 잘 자라도록 목발로 보행을 한다. 수술 후 약 3개월은 근력 강화 운동과 관절의 운동 범위 증가를 위한 재활 치료과정을 거친다.

 줄기세포는 특히 퇴행성 질환인 척추 디스크의 획기적인 치료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2010년 일본에서는 디스크에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2년 뒤 환자를 추적한 결과, 좋은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보고가 발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일본에 이어 줄기세포와 관련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 분야를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해 세계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의학계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욕구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공인된 줄기세포 치료술을 일선 병원에서도 적극 도입해 효용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줄기세포가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실제 환자 진료 현장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적극 추천한다. 선택이야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의사로서 현재 그만한 치료법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기세 서울나은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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