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웃음 자극… 뻔뻔한 반전에 지구촌이 빵 터졌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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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우연히 이뤄질 수 있지만, 반드시 이유가 있다. 분명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건 아닌 듯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2000만에 육박하며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지함과 저급함의 화학적 결합
웃긴다. 재미있다. ‘강남스타일’ 뮤비를 보며 “저게 뭐야”라며 실소를 터뜨릴 사람은 있겠지만 이것이 담고 있는 유머의 매력을 거부하긴 힘들다. 말춤을 추면서 도심의 횡단보도를 지나며, 저질 댄스로 출렁이는 노홍철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강남스타일”을 읊조리는 싸이의 모습은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웃음을 자극한다. 외국인들에게는 북한 김정은과 닮아 보이는 외모 때문에 유머의 농도가 더해졌다. 싸이는 그런 뻔뻔함과 더불어 ‘반전’이라는 유머의 핵심을 보여준다. 슈트 정장을 쫙 빼 입고 선글라스까지 낀 진지한 차림으로 마구간 한가운데서 말춤을 추어대거나, 역시 같은 복장으로 화장실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진지함과 저급함의 결합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묘한 반전의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다. 그와 비교되는 미국 가수 LMFAO가 뮤비에서 우스꽝스러운 복장이나 팬티 바람으로 우습거나 섹시함을 강조하는 데 비하면 한 차원 높은 유머다.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데뷔 때부터 ‘엽기 가수’를 내세우며 B급 문화를 지향하던 싸이는 노래뿐만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까지 ‘뺀질뺀질한’ 강남의 악동 이미지로 새겨왔다. “여자들의 머리 냄새가 좋다”고 말하거나 겨드랑이 땀으로 웃겨오면서 성적인 쾌락과 욕망, 본능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날라리 정신’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강남스타일’은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병역 문제로 인한 비난 등으로 주춤하기도 했고 월드컵 올림픽 응원가 등으로 공익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려고도 했지만 가장 싸이다운 것은 역시 영원히 철들지 않는 뻔뻔한 괴짜의 모습이다.

싸이는 공고하게 구축한 자기 이미지 위에, 파티록 분위기라는 일렉트로닉스 음악의 최신 트렌드를 읽어내고, ‘유세윤의 U/V’ 같은 코믹 뮤비 대세의 흐름을 포착해 자신의 착지점을 제대로 찾아냈다. ‘강남스타일’은 중독성이 있지만 단순한 후크송이라고 보기엔 뭔가 다르다. 후렴구에서 록음악의 강렬한 시원함과 강약을 겸비한 악센트의 랩으로 본토인 미국에서도 인정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꼬리에 꼬리 무는 일반인 반응 동영상
매일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브는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M/V리액션’(가수들의 뮤비를 보는 일반인들의 반응을 담은 동영상) 같은 독특한 온라인 문화가 폭발력을 배가했다. 단순히 남의 노래를 듣는 일방적인 통로가 아니라 자신만의 콘텐트를 덧붙이는 문화는 남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보고 다시 즐거워하며 이를 SNS로 퍼뜨리는 자발적 마케팅을 부추겼다. 꾸준히 자신의 M/V 리액션을 올리는 몇몇 유명 사용자의 채널은 K팝 확산의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색다른 스타일로 한류 지평 넓혀
해외 교포들은 현지 바에서 국내 인터넷 방송인 곰TV가 중계하는 온라인 게임 스타 크래프트 리그를 함께 보던 현지인들이 게임 사이사이 등장한 ‘강남스타일’에 열광했다는 점에서 인기 돌풍의 기원을 찾기도 한다. 세계적인 게임회사 id소프트가 마련한 대형 게임 이벤트 ‘퀘이크 콘’에서도 이 노래가 계속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고 전하는 사람도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아이돌의 K팝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한류의 지평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대중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이들을 위해 다양한 층위의 콘텐트를 마련해 대중문화의 두께를 늘려나가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윤정 대중문화평론가 filmpo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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