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독도문제 ICJ 제소 검토 “한·일 관계 배려 없다” 위협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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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포함한 추가 대응 조치를 검토키로 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사진) 외상은 11일 일본 취재진에게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포함해 국제법에 근거한 평화적 분쟁 해결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일본의 주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일본의 주장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응하지 않겠다. 독도는 명백히 우리나라 영토이기 때문에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법재판소 가입 당시 강제 재판권을 유보했기 때문에 일본이 제소해도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행(行)은 불가능하다.

일본은 1954년 한국이 독도에 등대를 설치하자 우리 정부에 구상서를 보내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독도에 대해서 처음부터 영토권을 갖고 있으므로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그 권리를 확인받을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일본은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이 진행되던 1962년에서 65년 사이에도 이를 제안했다. 겐바 외무상의 발언은 65년 ‘한·일 협정’ 체결과 함께 ‘분쟁 해결에 관한 교환공문’을 채택한 이후 47년 만이다.

겐바 외상은 이날 “(그동안) 세 번째 (제소 제안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일본 정부가 일·한 관계 전체에 미칠 영향을 일정하게 배려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배려가 불필요해졌다. 한국은 제소에 응할 의무가 있다. 영토 문제에 대한 대비 태세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일시 귀국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대사의 귀임 시기엔 “한국 측 대응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당분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신각수 주일 한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무토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이달 내에 열릴 예정이던 연례 한·일 재무장관회의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국토교통상 등 일부 각료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사를 밝혔다.

한편 11일 새벽엔 주히로시마 한국 총영사관에 한 남성이 벽돌을 던지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총영사관 유리 출입문이 벽돌에 맞아 깨졌다. 총영사관과 일본 경찰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불만을 품은 일본인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도쿄 등 8개 도시에서 일본 우익단체의 시위가 발생했다”며 “우리 국민이 일본에 체류할 때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홍상지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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