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라로사, 자연목장 … 그녀를 유혹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대관령 양떼목장(왼쪽)과 자연목장,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는 정인과 성기.

영화를 보면서 촬영지가 어딜까 궁금한 적 많으셨죠? 이제 ‘시네마 투어’가 한 달에 한 번 그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첫 출발인 오늘은 450여만 관객을 사로잡은 민규동 감독의 히트작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영화에서 강릉에 사는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는 이웃집 남자 이두현(이선균)으로부터 자기 아내를 유혹해 달라는 부탁을 받죠. 문제의 아내 연정인(임수정)은 예쁘고 똑똑하지만 불평불만이 심한 여성입니다. 장성기는 그 까다로운 여인을 감동시킵니다. 비결은 그가 선택한 강릉의 멋진 장소죠. 지난 7일 입추(入秋)가 지났으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 곧 오겠죠. 그때를 대비해 ‘여인을 위한 강릉 데이트 코스’로 떠나볼까 합니다. 장성기가 돼서 말이죠.

저 장성기. 강릉의 명물 카페 ‘테라로사’(terarosa.com)로 갔습니다. 정인씨를 만났어요. 우연인 척. 커피 향이 그윽한 창가 자리로 가 예쁜 화분을 선물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여자가 있어요. 우연을 믿는 여자와 믿지 않는 척하는 여자. 독설가 정인씨는 물론 후자입니다.

다음은 그녀 속에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를 깨울 차롑니다. 정인씨와 ‘자연목장’(033-647-9301)에 갔어요. 젖소를 상대로 핑거발레쇼를 펼쳐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풀었죠. 유쾌해진 그녀에게 살며시 다가가 우유 짜는 걸 도와줬어요. 이때 스킨십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자연목장’은 사유지이지만 영화 속에서 양 먹이를 준 ‘대관령 양떼목장’(yangtte.co.kr)은 관광지입니다. 대관령 정상의 풍광을 느긋하게 즐기며 산책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마음이 촉촉해졌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딱입니다. 정동진 해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하슬라아트월드’(haslla.kr)는 공원과 미술관, 레스토랑, 호텔이 결합된 공간이에요. 영화에서 내가 정인씨한테 샌드아트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죠.

그리곤 밤바다. 주문진이든, 경포대든 달빛 가득한 바닷가에서 그녀를 마주보며 속삭이는 거예요. “2012년 8월10일 오후 11시, 난 너와 1분을 같이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됐으니까.” 날짜, 시간만 빼면 영화 ‘아비정전’ 대사죠. ‘아비정전’에서 장궈룽(張國榮)이 맘보댄스를 추던 ‘마리나 엘레나’를 배경곡으로 곁들이면 금상첨화입니다.

여자의 투덜댐. 다 외롭기 때문입니다. 많이 들어 주세요. 그리고 사랑해 주세요. 그럼 당신의 아내도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인이 될 테니까요.

나원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