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97’ 빠순이 연기 주목 정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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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첫 연기 도전에 성공한 에이핑크 정은지. 그는 “뭐든하나라도 배워야 된다는 생각에 또래 아이돌 친구들의 연기를 유심히 살펴본다”고 했다. [박종근 기자]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이 드라마에 응답해야 한다.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의 ‘빠순이’(광적인 팬)였다면 더더군다나. 90년대 후반 부산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1997’(tvN)이 인기다. 빠순이 에피소드와 풋풋한 첫사랑을 엮어내며 20~30대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로는 드물게 5, 6회 시청률이 2%를 넘겼다.

 주인공은 팬클럽 임원이 되기 위해 혈서를 쓰고, 토니 오빠를 보러 가기 위해 가출도 마다하지 않는 여고생 성시원. 에이핑크의 리드보컬 정은지(19)가 연기했다. 아이돌이라고 우습게 보기에는 연기력이 탄탄하다. 그를 9일 만났다.

 - 첫 드라마, 첫 주연인데 평가가 좋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처음엔 ‘발 연기’라고 하면 어쩌나 너무 걱정했다. 시원이랑 성격이 똑같아서 다행이다. 엄마는 ‘집에 CCTV 달아놓고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웃음)

 - 부산 사투리가 구수하다.

 “고향이 부산이다. 지난해 서울로 왔는데, 굳이 표준말을 써야 하나 싶더라. 사투리를 쓰니까 연기할 기회도 없었다. 다른 멤버들이 드라마 미팅할 때 나는 혼자 차에서 자고 그랬다. 이번엔 내가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기회를 잡게 됐다.”

 극중 시원은 귀엽고 철없는 여고생 그대로다. 30만 원짜리 청바지를 경품으로 타려고 ‘친구가 화상을 입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연을 라디오에 보내고, H.O.T 팬클럽용 우비가 찢어졌다며 비 오는 날 길바닥에 나앉아 울부짖는다.

 -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있나.

 “아이돌을 광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 팬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 정말 좋아하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등을 연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 1997년 당시 유치원생이었을 텐데.

 “그래도 다 기억이 난다. 문구점에 가면 온통 H.O.T 브로마이드로 도배가 돼있던 것 등등…. 아버지가 꽤 오랫동안 삐삐를 쓰셔서, 극중 삐삐도 낯설지 않다. 배경만 90년대지, 고교생의 일상이라 그냥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 2012년의 시원은 서른셋의 방송작가다. 어떻게 감정을 따라가나.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친구들이랑 수다를 떠는 게 재미있었다. 애늙은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고등학생 시원이를 연기할 때는 표정도 들쑥날쑥 하고 좋고 싫은 게 다 드러나게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표정이 단조로워지지 않나. 그래서 서른셋 시원일 때는 표정 변화를 자제한다.”

 가수를 꿈꾸던 그는 지난해 소속사의 눈에 띄어 에이핑크로 데뷔했다. 연습생 생활을 거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던 덕에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남아 있다. 스스로의 매력으로는 “흔녀(흔한 여자)인데 좀 친근한 것, 코가 높지 않아서 표정을 지었을 때 과해 보이지 않는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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