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닻 올렸는데 가락시영 왜 우울할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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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시의 소형주택 비율 30% 요구를 수용하면서 재건축에 속도를 내게 된 가락시영 아파트.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더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 종상향 결정으로 가격이 치솟았던 것과는 달리 현재 시장에는 냉기만 가득하다.

조합원 추가 부담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이주를 강행하면서 빚어진 주민 갈등이 여전한 데다 소형주택이 늘어나는데 대한 투자가치 하락 우려 때문이다.

"문의전화요? 한 통도 없습니다"

가락동 G공인 관계자는 "문의전화는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며 "재건축 본격화 소식에도 가격이 오르기는 커녕 마음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가격을 더 낮춰 내놓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현재 가락시영 43㎡형(이하 공급면적)은 4억7500만원에, 49㎡형은 5억3500만원, 56㎡형은 5억7500만원에 각각 매물이 나와있다. 이달들어 주택형별로 1000만원이 내렸고, 올 초보다는 7000만~8000만원 가량 급락한 가격이다.

소형주택 비율을 높여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는다 하더라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이후 종상향 결정·고시를 미루자 선이주를 강행하기로 하고 이달 10일부터 본격적인 이주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가락시영 한 주민은 "조합은 표면적으로는 '미리 이주를 하면 빨리 건축에 들어갈 수 있어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선이주 결정은 서울시 압박용이었다"며 "하지만 고덕시영이 선이주로 인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이자 조합원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선이주를 진행해 전체 2500여가구 가운데 90% 가량이 이주를 마친 상태에서 최근 소송에 발목을 잡혔다. 추가 부담금을 확정짓지 않은 채 이주를 강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일부 조합원이 '추가 부담금이 급증했지만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낸 총회 무효 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들은 추가 부담금 등이 정해지는 관리처분단계에서 총회를 거쳐 이주를 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가는 만큼 부담금 내역에 대한 책임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부담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이주를 강행하는 단지라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부담금 내역을 정하지 않고 선이주를 결정하는 것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소송에 발목이 잡히면 이주비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덕시영은 조합원들이 주택형에 따라 2억원 이상을 이주비로 받은 상태여서 사업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데다 이미 비대위까지 결성돼 있는 가락시영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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