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올 세계 경제성장 둔화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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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올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경제성장이 전반적으로 크게 둔화됐다가 내년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오는 29일과 30일 각각 열릴 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와 세계은행(IBRD) 개발위원회의 춘계 합동회의를 위해 마련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금년 세계경제가 상당히 둔화될 것이며 만일 미국경제가 현재보다 더 악화된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성장 전망은 미국의 현저한 둔화와 일본의 경제회복 정체, 유럽 및 상당수 신흥시장국들의 완만한 성장으로 인해 상당히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9월 예측했던 것보다 1%포인트 낮은 3.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 지난해 4.8%의 성장률을 보였던 세계 경제가 최근 미국경제의 급격한 둔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보고서는 지난해 5%를 기록했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금년에는 작년 9월의 IMF예측보다 1.7%포인트나 낮은 1.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1.7%의 성장률을 보였던 일본은 지난 9월보다 1.3%포인트가 떨어진 0.6%, 12개국 유럽연합(EU)은 올해 작년의 3.4%보다 낮은 2.5%의 성장세를 각각 보일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내다봤다.

IMF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정책에 대해 통화신용정책을 경기순환의 움직임에 신축적으로 대응해 운영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행정부가 추진중인 세금감면은 적정한 규모로 하되 초기에 보다 많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최근 일본정부가 취한 '제로금리' 등의 통화정책을 환영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및 기업 부문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EU에 대해서는 인플레 위험이 완화된 만큼 금리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하고 만일 유로화의 가치가 급격히 절상되거나 세계경제가 더욱 악화될 때는 금리인하폭을 더욱 늘려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무사 IMF 연구 담당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년들어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한 것은 적절한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저금리와 함께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계획이 미국경제의 침체를 막는 동시에 세계경제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사 국장은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IMF가 세계경제의 약화 방지에 필요하다고 보는 금리인하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경제둔화의 시기에는 세계 제2 경제권의 중앙은행이 문제보다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어야한다"면서 금리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IMF는 그러나 오는 2002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5%대로 반등하면서 세계경제도 3.9%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그러나 만일 미국의 증시가 더 이상 폭락하거나 막대한 무역수지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그러한 전망이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또 이 보고서에서 일본 역시 내년에는 올해 0.6%에서 1.5%로 성장률를 회복하고 EU도 올해 2.5% 성장률에서 내년에는 2.8%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한편 아시아의 신흥국들이 지난 1997-98년의 금융위기로부터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인데 힘입어 작년 7.1%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상반기의 급속한 성장속도가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 금년에는 성장률이 5.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특히 한국과 관련, 지난해 8.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금년에는 높은 유가, 미국경제의 둔화 및 국내의 신뢰 및 수요 약화 등 국내외적인요인들 때문에 금년에는 종전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997-98년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아시아의 신흥국들이 높은 유가, 미국경제의 둔화, 세계적인 전자산업의 하향추세 및 정치적불확실성 등의 국내외적인 상황 때문에 금년에 성장둔화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면서"특히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에 대한 우려와 특히 전자제품 수출의 급격한 둔화로 국내 신뢰와 수요가 약화된 한국이 그러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가을 한국의 2001년도 성장률을 6.5%로 전망했다가 지난 2월에는 이를 다시 4.2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는 IMF는 그러나 한국이 오는 2002년에는 5.5%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는 29일 열리는 IMFC와 30일 열리는 IBRD 개발위원회에는 이른바 24개국그룹(G-24)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등이 참석, 세계경제전망, IMF의 위기예방 기능 및 지원 효율화 방안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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