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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런던] 태권도 ‘와,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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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대훈(오른쪽)이 58㎏급 16강전에서 태국의 뻰엑 까라켓을 상대로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런던에서 태권도가 희망을 찾았다.

 9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열린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 ‘쿵쾅쿵쾅’ 경기장 입구에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간간이 ‘와’하는 놀라움의 탄성도 쏟아져 나왔다. 경기장 안에서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소리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선수들의 발차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기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영국인 톰 게일(19)은 “가만히 있는 것 같다가도 눈깜짝할 새 경기 흐름이 뒤바뀐다”면서 “태권도장을 찾아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말했다.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부터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먼저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똑같은 공격이라도 일정 강도 이상이 되어야 점수를 인정받도록 한 것이다. 심판 판정의 자의성을 예방하는 차원이다. 여기에 머리 공격에 3점, 머리 회전공격에 4점을 주는 차등점수제도 처음으로 시행해 역전 승부가 많이 나오도록 했다. 경기장도 기존 가로·세로 10m에서 각각 8m로 확 줄였다.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새롭게 바뀐 방식 아래선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었다. 실제로 이날 58㎏급 경기에 나선 이대훈(20·용인대)은 16강전에서 뻰엑 까라껫(태국)을 맞아 낙승이 예정됐지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선취점을 올린 이대훈이 수차례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까라껫은 안면부 공격 두 방(6점)으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3라운드에서 소극적이었던 까라껫이 두 차례 경고를 받으면서 6-6 동점이 됐고, 이대훈은 연장에서 몸통 공격으로 1점을 따내 가까스로 8강에 올랐다.

 태권도가 재미있어지고, 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9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핵심 종목을 결정한다. 현재 26개 종목에서 1개를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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