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영상에 짙게 그린 불륜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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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 레네(79.사진) 는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에서도 독자적인 연출 미학을 완성시킨 감독이다.

장 뤼크 고다르나 프랑수아 트뤼포가 평론가로 활동한 것에 비해 레네는 1950년대말 편집기사로 활약하며 침묵과 이미지의 영화 미학을 표현하는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누보 로망의 대표작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시나리오를 쓴 흑백영화 '히로시마 내사랑' 은 레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59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이듬해 뉴욕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평화' 란 영화를 찍기 위해 히로시마에 들른 프랑스 여배우(엠마누엘 리바) 가 일본인 건축가(에이지 오카다) 를 만나 이틀간 불륜 관계를 맺는다. 그녀는 그를 통해 2차대전 당시 적군인 독일군 병사를 사랑했던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과거라는 다른 시점과 히로시마.르베르의 이질적 공간이 서로 교차하는 이야기가 당시로선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 남녀 육체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참상이 교차하는 화면은 새로운 영상 미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23일부터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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