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체사상 버려야 진정한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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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 김정은이 주도하는 북한의 변화는 허울뿐이다(cosmetic). 북한이 진정한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려면 주체사상을 포기해야 한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흉내 내고 있는 김정은이 주체사상을 포기했다는 조짐은 아직 없다.”

 데이비드 맥스웰(사진)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소 부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조지타운대 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미사일 사거리만 늘린다고 북한의 미사일·핵에 대한 억지력을 갖춘다고 보지 않는다. 미사일방어망(MD) 가입 등 한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제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17일 북한군 총참모장인 이영호가 갑자기 해임됐다.

 “이영호가 축출된 건 김씨 일가 집권의 역동적 결과 중 하나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과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가 존속하려면 군대와 안전요원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국경 수비대 12명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동요라고 보기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북한의 군부는 김일성이 만든 시스템이다. 김정은도 군의 힘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정은의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주체사상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가 바라는 개혁과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김정은이 개혁을 시도하려면 김정일과 김일성이 한 일이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중국 같은 경제개혁과 개방은 당장은 어렵다. 북한 내 엘리트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김정은에게 변화를 건의하지 않을 거다. 북한은 오히려 한국의 변화에 기대를 건다. 한국이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가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이양된 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는 데 반대의견이 적잖다.

 “한미연합사는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연합군 사령부 중 최고의 기구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북한이 붕괴하거나 전쟁을 일으킬 경우 일본·중국·러시아·미국, 그리고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연합사 해체에 앞서 북한의 도발이나 붕괴를 감당할 만큼 한국의 국방력이 갖춰져야 한다. 1997년 황장엽씨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 못하는 이유가 미국이 가진 핵 억지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잘 갖춰진 작전본부를 해체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먼저 답할 준비가 됐는지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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