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리는 심복들 … 알아사드 기댈 곳은 핏줄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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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리아 시민군의 항전이 거세지고, 러시아·이란 등 맹방의 감싸기가 주춤하자 바샤르 알아사드(사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달아나고 있다. 6일 엔 현직 총리 리아드 히자브가 시민군에 합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AP통신 등 외신은 7일 이를 “지속적인 균열에 금이 하나 더한 정도”라고 표현했다. 히자브가 명목상 정권 2인자급이긴 해도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히자브는 시리아의 90%를 차지하는 이슬람 수니파 출신이다. 소수 시아파 알라위가 주축인 알아사드 정권에서 두 달 전 ‘꼭두각시 총리’로 기용됐다. 그는 총리 수락 때부터 탈주를 계획했다가 장관직을 맡고 있던 형제 2명과 함께 6일 전격 이탈했다. 이처럼 이제까지 알아사드 정권을 이탈한 장군·외교관 등은 대부분 수니파 출신이다. 지난달 5일 고위급 인사론 처음으로 터키에 망명한 마나프 틀라스 준장이 대표적이다. 시리아 최정예 부대인 공화국수비대 사령관이었던 그는 알아사드의 죽마고우로 불렸으나 수니파 학살이 이어지자 시민군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17개월 남짓 된 시리아 사태가 앞으로도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유는 알아사드와 핏줄로 얽힌 측근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가 동생 마헤르(45) 공화국수비대 사령관이다. 마헤르는 6개 여단이 속한 공화국수비대와 제4기갑사단을 이끌고 있다. 아버지이자 전임 대통령인 하페즈 알아사드를 빼닮아 냉혈한인 그는 시리아의 각종 국외 테러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다라 민주화 시위를 폭력 진압함으로써 시민군의 항전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그리고 라미 마클루프, 하페즈 마클루프 형제가 있다. 알아사드의 외사촌인 이들은 각각 경제와 정보 양쪽에서 시리아를 장악하고 있다. 형 라미는 시리아 최대 갑부다. 통신·방송·무역·건설·금융 등 시리아 경제 60%를 주무른다고 알려져 있다. 중앙정보국장을 맡고 있는 하페즈는 알아사드의 형 바질이 사망한 교통사고 때 같이 있었다가 살아난 인물이다. 마헤르의 ‘절친’으로 꼽힌다. 하페즈는 지난달 18일 시민군의 다마스쿠스 폭탄공격 때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공격 땐 알아사드의 매형이자 또 다른 최측근이었던 아세프 샤우카트 국방부 차관이 사망했다.

 이런 와중에 알아사드는 TV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시리아 국영TV는 7일 오후 사이드 잘릴리 이란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위원장이 알아사드를 예방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인 잘릴리 위원장은 알아사드를 만나 최근 시리아 시민군에 납치당한 이란인 48명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아사드의 신변에 이상이 없음이 확인된 것은 시민군의 다마스쿠스 폭탄공격으로 군·정보조직 수뇌부 4명이 숨진 뒤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달 19일과 22일 그가 신임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이 방영됐지만 사전녹화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진위가 불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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