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전국으로 확산 … 수돗물 안전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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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낙동강 중류에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녹조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하는 등 전국의 주요 하천에 녹조 비상이 걸렸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4대 강 개발사업과 연관 지으며 상수도 수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환경 당국과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며 고도정수를 통해 걸러내면 식수 수질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낙동강 하류에서 중류로 북상한 녹조는 이달 들어 대구 지역까지 올라갔다. 녹색연합은 7월 29일부터 이달 3일 사이 낙동강 수질을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 녹조현상이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일대에서 광범하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대구환경운동연합이 3일 낙동강을 현장조사한 결과에도 녹조현상이 강정고령보에서 하류 방향으로 3.5㎞쯤 떨어진 사문진교까지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 주변의 영산강 승천보에도 ‘녹조류’가 번식해 지난달 말 수질예보 ‘주의’가 발령됐다. 수질예보 ‘주의’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중에서 두 번째 단계로 최근 강수량이 적고 폭염이 심한 점을 감안해 ‘주의’를 발령했다는 것이 환경부 측 설명이다. 서울 한강에서도 지난달 말 북한강에서 시작된 녹조가 흘러들어 조류주의보 발령 수준까지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취수원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세 곳(암사·구의·풍납)이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초과했다. 수돗물에 악취를 일으키는 물질인 지오스민도 다량 검출됐다.

 이에 따라 식수 수질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녹조현상을 4대 강 개발사업의 여파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은 “낙동강 사업을 하며 수질 정화에 큰 역할을 해 온 모래와 수생식물이 사라지면서 녹조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낙동강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측은 낙동강의 보 근처나 만곡부(彎曲部) 등 강물의 흐름이 느려지는 곳에서 남조류의 농도가 부분적으로 높지만 전반적으로는 농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천세억 낙동강물환경연구소장은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오존 처리, 활성탄 처리 등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영산강 녹조와 관련, 환경부 산하 영산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녹조현상이 예년에 비해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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