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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푸른안개'의 표민수PD

중앙일보

입력

10% 안팎의 그리 높은 시청률이 아닌데도 세간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KBS 2TV의 주말드라마〈푸른안개〉(극본이금림, 연출 표민수). 〈푸른안개〉는 섬세한 인간 내면 묘사에 탁월한 솜씨를 발휘해온 표민수PD와작가 이금림씨가 손잡고 만든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송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 그러나 40대 유부남과 20대 미혼녀의 '금지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최근 "불륜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온 가족이 TV를 보는 주말 저녁시간대에 방송되는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7천여건의 글이 올라있는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원조교제'라는 표현까지 들먹이며, 시청자들이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두사람의 애잔한 사랑이 가슴에 와닿는다"며 옹호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청자입장에서는 불륜을 미화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일탈의 길을 가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이 이들의 관계에서 즉각적으로 섹스를 연상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재(이경영 분)의신우(이요원 분)에 대한 사랑은 젊음을 잃은 사람이 순수하게 젊음을 희구하는 것을보여주는 것이거든요." 표PD의 설명에 따르면 성재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회에 혼자 내던져졌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 반면에 신우는 어리지만 당차고 순수하게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젊은이다.

"자기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스스로의 가치뇹 찾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게 그의 연출의도다. 따라서 자연 초점은 성재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시청자들의 비난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듯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드라마 연출자의 기본입니다. 초반부의극전개를 서두르다보니, 이들의 사랑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배경설명이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성재와 신우가 고뇌하며 사색하는 과정을 심도있게 묘사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생각입니다." 표PD의 대표작들을 훑어보면 일관되게 한가지 소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바로 '소외된 사랑'이다.〈푸른안개〉뿐 아니라 〈거짓말〉,〈바보같은 사랑〉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틀을 벗어난 남,녀간의 사랑을,〈슬픈유혹〉에서는생물학적 관습의 틀을 벗어난 남,남간의 사랑을 다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저는 일상적인 사랑보다는 그늘에 숨어있는 사랑이 인생의 본질을 끄집어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사랑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인 뒤, 결국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죠." 그는 시청자들이 책을 보듯 집중해서 드라마를 감상한 뒤, 무언가뇹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연출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쯤해서 드라마의 결말을 물어봤다.

"신우는 짧은 사랑의 열병을 앓은 뒤, 민규(김태우 분)와 결혼을 하고 일상으로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성재의 경우에는 과연 이혼을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이혼으로 인해 성재의 딸이 상처를 입는다면, 또 다른 신우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 같아서요."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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