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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허진씨 "히딩크의 충실한 입 될터"

중앙일보

입력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지난 18일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언론 담당관(press officer)' 에 임명돼 선수단과 함께 이집트를 찾은 현직 외교관 허진(39)씨는 요즘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밥은 못 먹더라도 축구 TV중계는 꼭 봐야할 정도인 그로서는 더이상 축구가 취미가 아닌 '일' 이 되어서다. 언론 담당관이란 자리는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조련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히딩크의 의사를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해 외국어에 능통하면서도 평균 수준 이상의 축구 지식을 갖춘 사람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교통상부 허진 서기관이 적임자로 떠올랐다.

지난 2월까지 네덜란드 영사로 근무해 영어 · 독일어 · 일본어에 능통해 히딩크와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는 데다 최근까지 국내 스포츠지에 유럽 축구를 소개하는 통신원으로 활약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허담당관의 축구 사랑은 매니어 수준을 넘어선다. 일본에서 살던 197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본 뒤부터 축구는 그의 유일한 취미가 됐다. 85년 외무고시에 합격, 89~91년 독일 연수 때는 독일 응원단에 섞여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미국 근무 중이던 94년에도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98년 중동 근무를 마치고 차기 근무지를 고를 때에는 2년 뒤 열릴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노리고 주저없이 네덜란드행을 택했다. 자연스레 축구박사가 됐다. 월드컵 역사, 유럽 프로리그 각팀 성적, 스타 플레이어들의 신상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아직 히딩크 감독의 요구사항과 입장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새 업무가 손에 익지 않았다" 는 허담당관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며 훈련장과 선수단 숙소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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