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淚 루

중앙일보

입력

요즘 우리는 매일 희비(喜悲)가 교차(交叉)되는 모습을 목격한다. 지난달 말부터 멀리 영국에서 벌어지는 런던 올림픽을 통해서다. 전혀 각본이 짜여지지 않은 지구촌 인류의 숨가쁜 승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진한 감동을 전한다. 패배의 슬픔과 승리의 기쁨이 모였다가 또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비환취산(悲歡聚散) 또는 비희겸집(悲喜兼集)의 드라마는 앞으로 12일까지 일주일은 더 전개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만나는 게 있다. 바로 눈물(淚)이다. 눈물 루는 삼수 변에 허물 려(戾)가 더해져 만들어진 글자다. 잘못을 후회하며 흘리는 게 바로 눈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마치 비처럼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은 루하여우(淚下如雨) 또는 루여우하(淚如雨下)라 할 수 있다.

눈물에 배어 있는 건 슬픔이다. 창자가 끊어질 듯이 슬프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루진장절(淚進腸絶) 또는 루간장단(淚干腸斷) 등으로 표현한다. 샘 솟듯 솟아나오는 눈물은 루여천용(淚如泉涌)이다. 비통하기 이를 데 없어 콧물과 눈물이 함께 쏟아지는 건 체루교집(涕淚交集)에 해당한다. 한편으론 울면서 또 한편으로 말을 이어가는 것은 성루구하(聲淚俱下)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울음도 있다.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두리루하가 그것이다. 뜻밖의 실격 판정을 받고 혼란을 겪어야 했던 수영의 박태환, 오락가락한 판정 끝에 승리를 놓친 유도의 조준호, 심판들의 이상한 시간 끌기 작전에 역전패를 허용해야 했던 펜싱의 신아람 선수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 같다. 이들은 탄성인루(呑聲忍淚)라는 말처럼 소리를 삼키며 눈물을 참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자신의 최선을 다한다. 그런 용기는 불견관재불락루(不見棺材不落淚)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관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눈물을 떨구지 않는 것처럼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고 마지막 순간까지 온몸을 던져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바로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이후이(死而後已)의 정신이다.

일자일루(一字一淚)라 했다. 글자 하나에 눈물 한 방울이듯이 올림픽에 참가하기까지의 훈련 하나하나에 눈물이 배어 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참으로 값지고 아름답다.

유상철 scyo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