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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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로버트 윈스턴 지음, 권기호 옮김
비룡소, 96쪽, 1만5000원

우리 아이는 어쩌면 "내 얼굴은 왜 다른 친구들과 다를까, 나는 어떻게 엄마.아빠를 쏙 빼닮게 됐을까, 나는 왜 그렇게 양배추가 싫을까"같은 의문들을 이제 막 품기 시작했을 수 있다. 그런 질문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는 엄마들도 스스로에게 가끔 던지는 것들이다.

신간은 세포나 지문, DNA 등 인체의 생물학적 특성 뿐 아니라 개인의 성격 유형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나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로 만드는 모든 것들을 가르쳐주겠다"는 것이다. 저자가 최신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아이가 없는 수천 쌍의 고민을 해결해 준 저명한 생식의학 전문가이다 보니 그런 장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이 심층 심리를 파헤치거나 자아 정체성을 붙들고 심각하게 씨름하는 쪽은 아니다. 갖가지 생물학 정보를 동원해 인체의 특성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공간 지각력.언어 능력.계산 능력 등 IQ 검사나 성격 검사 등을 곁들여 두뇌 활동, 성격.감정에 관련된 지식을 제공한다.

사람의 몸을 성분으로 분석한 첫 대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아름답고 신비해보이기까지 하는 인체가 몇가지 원소들의 결합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13가지 화학 물질만으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대목은 여전히 신선하다. 13가지에 포함되지 않는 미세 성분 중엔 우라늄 90㎍(마이크로그램.1㎍=100만분의 1g)도 포함돼 있다. 조직과 기관으로 나눠 인체를 설명하는 대목은 더욱 흥미롭다. 인체를 구성하는 데 피는 9병, 피부는 2㎡, 털은 500만개, 지방은 한 양동이가 필요하다. 뼈를 연결하는 근육은 640개, 혈관은 10만㎞가 들어간다. 무엇보다 인체의 각 부위를 직접 촬영한 듯한 생생한 사진자료들을 곁들여서 실감난다.

인체에 관한 잡학사전 또는 백과사전에나 나올법한 '사소한 지식'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상처가 났을 때 피가 멎는 이유는 피 속의 화학물질이 공기와 반응해 끈적거리는 실그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몸 속의 피를 3분의 1가량 잃으면 살 수 있지만 절반을 잃으면 죽게 된다. 가장 바깥층 피부는 말라죽어 계속 떨어져 나가 한달이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 하루에 흘리는 땀의 양은 250㎖ 정도이고 청소년기에는 체온 조절용 에크린 땀 대신 냄새 발산용 아포크린 땀이 더 많이 나온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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