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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 '비바! 베르디'

중앙일보

입력

요즘 클래식 음반계에서는 이른바 컴필레이션(compilation)류가 인기다.

대중적 취향에 영합하려는 상업적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데, 그렇다고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컴필레이션 음반이라고 다 하찮은 것은 아니어서 개중에는 꽤 쓸만한 것도 있고,무엇보다도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심각한 것보다는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흘러가다보니 음반사들도 그런 추세를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느 소설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사회 전체를 휩쓸고 있다.

EMI가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음반 '비바! 베르디' 역시 베르디의 작품중 가장 인기있는 곡들을 추려 2장의 CD로 묶어낸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연주자만도 이미 고인이 된 마리아 칼라스에서부터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로베르토 알라냐에 이르기까지 EMI가 판권을 갖고 있는 성악가 20여명이등장한다.

얼마 전 비슷한 내용의 음반을 출시한 유니버설 뮤직의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음반과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이 가장 쉽게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 분위기를 맛볼 수 있도록 기획된 음반이다.

〈나부코〉〈맥베스〉〈리골레토〉〈일 트로바토레〉〈라 트라비아타〉〈시칠리아의 저녁기도〉〈가닻무도회〉〈운명의 힘〉〈돈 카를로〉〈아이다〉〈오텔로〉 〈팔스타프〉〈레퀴엠〉 등 베르디의 대표작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애창되는 아리아와중창, 합창들이 여러 성악가들의 노래로 수록돼 있다.

등장하는 성악가는 마리아 칼라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빅토리아 데 로스앙헬레스, 미렐라 프레니, 몽세라 카바예, 레나타 스코토, 로베르토 알라냐,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니콜라이 예다, 알프레도 크라우스,티토 곱비 등 EMI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성악가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반주를 맡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역시 툴리오 세라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베르나르 하이팅크,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라 스칼라 가극장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등 최상급이다.

최고의 연주자들이 최고의 작품들을 연주한 만큼 최상의 연주를 들려 주고 있다.

이미 여러 단계의 평가과정을 거쳐 걸러진 음반들을 다시 짜깁기해 한 데 모아놓은 음반이니 만큼 새삼스레 평가뇹 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일일 것 같다.

〈일 트로바토레〉중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를 부르는 칼라스의 목소리는지금은 아득히 사라져 버린 오페라의 황금기가 부활한 듯 영화(榮華)로 빛나고 있으며 〈라 트라비아타〉중 '아, 그이인가'를 노래하는 스코토의 애절한 피아니시모(pianissimo)는 영혼을 울리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크라우스와 스코토가 함께 부르는 '축배의 노래'는 오늘날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이 화려한 중창곡의 한 전범(典範)을 제시하고 있다.

슈바르츠코프와 크리스타 루드비히, 예다, 니콜라이 갸우로프가 독창자로 출연하고 줄리니가 필하모니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레퀴엠〉중 '진노의 날'은 '명연주'를 뛰어넘어 이미 하나의 전설이다.

이 음반에는 또 〈리골레토〉중 '여자의 마음'을 알라냐, 크라우스, 예다, 스테파노 등 저마다 개성이 다른 금세기 최고 테너들의 음성으로 비교 감상할 수 있는보너스 트랙이 포함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컴필레이션 음반이니 만큼 잡다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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