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영국 감독 "한국 선수들? 전혀 모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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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은 팀으로서의 한국이다.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남자축구 영국 단일팀이 또 한 번 홍명보(4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자존심을 긁었다.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8강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튜어트 피어스 영국 단일팀 감독과 영국 취재진은 은근히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대화를 이어갔다. 명색이 한국과의 8강전임에도 한국과 관련한 질문은 없었다. 영국 단일팀의 의미, 젊은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이 갖는 의미, 메달권 진입 가능성 등 이번 경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제가 주를 이뤘다.

보다 못한 한국 취재진이 "8강 상대팀인 한국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비로소 스튜어트 감독이 입을 열었다. 립 서비스는 확실했다. 기다렸다는 듯 한국의 칭찬에 열을 올렸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허용했다. 조직력이 매우 탄탄하다. 잘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도 높은 팀이다. 매번 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협적인 한국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이 추가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던 피어스 감독은 "나는 팀으로서의 한국에 대해서만 안다.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스튜어트 감독 뿐만이 아니다. 영국 축구계의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엇비슷하다. 8강전 상대인 한국보다는 4강 이후 만날 가능성이 높은 브라질을 어떻게 이길 것인지를 놓고 궁리하는 분위기다. 홍명보팀은 '사상 첫 메달권 진입'이라는 본래의 목표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를 깔보는 축구 종주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승리가 절실하게 됐다.

카디프(영국)=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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