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채용박람회에 구직자 1만여명 몰려

중앙일보

입력

20일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채용박람회'에는 1만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 최근 심각한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서울지방노동청 주최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채용박람회에는 이른 아침부터 구직자들이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주최측에서 마련한 채용박람회 안내책자와 게시판에 붙은 채용정보들을 꼼꼼히 살피며 이날 나온 700여개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LG-EDS, 삼성SDS, 쌍용정보통신 등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183개 업체가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 주최측은 방송으로도 구인업체에 대한 정보를 계속 방송, 구직자들에게 업체정보를 제공했다.

상당수의 복수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 등 관련서류를 복사하기 위해 복사기 주위로 몰려 큰 혼잡을 빚었으며 게시판 구인정보를 지켜보는 구직자들의 진지한 표정은 합격자 발표를 살펴보는 수험생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구인 업체들은 현장에서 약 10분 동안의 면접을 통해 바로 채용을 결정하거나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1차로 인원을 선발한 뒤 회사에서 재면접을 보는 형식을 취했다.

오전과 오후 1,2부로 나눠 진행된 이날 채용박람회에서 오전에만 108명이 현장에서 바로 채용되었다.

특이 이날 야후코리아 등 일부 IT업계와 유통업계에는 구직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어 부스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지난 2월 졸업, 일반사무직종을 원하는 심모(24.S대 전자계산학과 졸업)씨는 "오전 8시부터 나왔는데 오늘 최소한 9개 업체 정도는 지원을 해볼 생각"이라며 " 취업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실직을 해 `단순노동' 일자리라도 구하기 위해 채용박람회를 찾았다는 김모(53)씨는 "전문 기술도 없고, 나이도 많아 취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며 "대학생 및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어 돈들어갈 곳이 많은데 하루 빨리 직장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채용박람회와 함께 해외취업정보 제공, 각종 직업 및 직종설명회, 직업심리검사, 노무사 전문상담 등 각종 취업.노동 관련 부대행사도 함께 열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창구를 마련,장애인 구직자 및 구인업체들을 상대로 구인.구직.융자 상담 등을 했다.

그러나 이날 장애인을 위한 부스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갑자기 만들어진 탓인지 오후 2시까지 장애인 5~6명과 관련 업체 3~4군데에서만 찾았을 뿐 대체로 썰렁한 편이었다.

또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마련된 해외취업 부스에는 해외취업을 원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50여명이 찾아, 취업상담과 함께 이력서 등을 제출하기도 했다.

건설 관련 업체인 영화엔지니어링 손석권(34)과장은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며 "건설업의 침체속에 구직자들이 건설관련 업체들의 부도를 우려해 취업을 기피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최근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산업인력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망인 `워크넷'에는 아직도 7만여개의 일자리가 남아돈다"며 구직자들이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의외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1만여명이 모인 취업박람회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평균 5명 내외의 소규모 인력만 채용, 전체 채용예정인원이 겨우 700여명에 지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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