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래서 집 살 사람이 없구먼"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최영진기자]

노동시장에 3,6,9 시대라는 말이 있다.한때 유행했던 "삼∼육구,삼육구" 소리내며 하던 게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실업자 300만명,자영업자 600만명,비정규직 900만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 숫자를 다 더하면 1800만명이다.

통계청 자료에 나오는 생산가능인구(15세에서부터 64세까지) 가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3598만명이므로 3,6,9 부류는 생산가능인구의 50%를 조금 넘는 규모다. 엄청난 숫자다.

처음부터 골치아픈 숫자를 나열해 입맛이 삭 가실런지 모르지만 잘 새겨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다른 재화와 달리 가격이 비싸다.부동산 가운데 싼 것도 있지만 다른 상품과 비교할 때 고가임에는 틀림없다.가정에서 재산목록 1호를 집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치빠른 사람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갈게다. 3,6,9 부류는 돈이 없다.300만명의 실업자는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소비하는 쪽이다.

자영업자 많다고 주택수요 늘어나지 않는다

자영업자 600만명은 어떤가.한때 돈 벌려면 자영업 해야 한다는 소리가 유행이었다.지금도 그럴까?일부 기업형 자영업자는 엄청 번다.

그러나 대부분은 웬만한 봉급생활자보다 못하다.요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봇물을 이루면서 자영업자수도 많이 늘었다.별달리 할 일이 없다보니 손쉽게 창업이 가능한 음식점 등 자영업에 뛰어들어서 그렇다.


숫자 늘면 뭐하나.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지금껏 그런대로 먹고 살던 기존 자영업자까지 수입이 줄어 야단이다. 요즘 국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영업은 더욱 장사가 안된다.

소상공인 통계집에 따르면 종업원 5인 이하 자영업자 가운데 월 평균 수익이 200만원도 안되는 숫자가 81%에 이르고 이중 100만원 이하가 30.8%라고 한다.수익은 고사하고 적자를 보는 곳도 26.8%나 된다.벌이가 400만원 넘는 수치는 고작 5.6%에 불과하다.

그 다음 비정규직을 보자.올해 1~3월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43만 2000원이다.그렇다고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라고 높은 것은 아니다.211만3000원이다. 정규직 월급이 왜 그리 적느냐고요? 상위1% 임금 근로자는 연봉이 1억원이 넘지만 저임금 근로자까지 평균으로 계산하다보니 그 정도 밖에 안된다.

좋은 회사 다니면 초임 연봉이 4000만∼5000만원 수준이겠지만 중소기업은 형편없다.중소기업 근로자가 전체의 9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된다.

월소득 200만원이하가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차지

전체 생산 가능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치인 3,6,9 부류의 실태가 이런데 이들이 집 사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신인지 모른다.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이들 계층의 자금능력으로는 주택 산다고 선뜻 손내밀수가 없는 금액이다.

물론 일부 맞벌이 부부가 악착같이 벌어 쓰지 않고 저축하여 대출끼고 집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쥐꼬리만한 봉급으로는 생활하기조차 빠듯해 저축할 여력이 없는 현실이다.그렇다고 3,6,9 부류의 경우 봉급이 팍팍 오를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래서 어쩌자는 말이요"라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이들 수익이 낮은 계층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보자.

싼집 수요가 대기하고 있다.월세에서 싼 전세 등등.규모로 말하면 원룸이나 투룸 수요가 주류를 이룰게다.

당분간 주택가격이 싼 소형주택 건립에 주력 필요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주택 중대형 시대는 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서 저소득 비중이 커고, 돈을 벌지 않는 노인 인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볼 때 큰 집 수요는 자꾸 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집을 산다해도 가격규모가 작은 소형주택을 찾게 된다.

다들 소형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하지만 소형주택은 돈 안들이고 살 수 있나?돈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비싸다.집을 구매하기보다는 전세나 월세집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는 뭘까.공공 임대주택이 가장 바람직하다.공공임대 비중을 높여야 한다.현재 공공주택 비중은 전체 주택수의 5%수준이다.OECD국가의 평균은 10% 대다. 물론 전체 크고 작은 민간임대주택까지 포함하면 임대주택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8.1%.가구수로는 139만9000가구다. 

민간임대는 전세및 월세가 불안하다.기회만 있으면 올리려 한다.빈집이 있어도 임대료는 인상한다.세입자로서는 임대료 인상폭이 적은 공공임대가 당연히 짱이다.공공임대주택이 많으면 민간 임대주택업자도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국가 주택공급물량 25만∼30만가구면 충분

대선 정국에서 주택문제는 화두가 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잇슈는 주택거래 활성화다. 거래 활성화는 인위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경제 전반이 안정을 찾아야 주택부문도 자연적으로 꿈틀거리게 돼 있다.

취득세,등록세를 낮추고 양도세를 감면한다든지 대출규제인 DTI를 완화하는 인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수요자들이 돈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다.또한 장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주택에 투자한다.

현실은 어떤가? 현 시점에서 분석한다면 장래는 먹구름이 꽉 끼어 있는 형국이다.공급이 너무 많은 것이다.연간 40만가구가 넘는 국가 주택공급 계획도 축소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민간은 규제하지 말고 공공임대주택 건립에 총력해야 한다.민간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분양가 규제도 풀어버려 업체가 가격을 매기게 나둬버리자.

연간 공급량은 25만∼30만 가구면 충분하다.그만큼 주택구매 수요가 감소했다.집이 조금 부족한듯 해야 구매력이 생기게 된다.그동안 너무 지어댔다.일부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권때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며 공급을 왕창 늘려야 한다고 핏대를 올렸다.

예들들어보자.인천 청라,영종도 하늘도시 등 공공택지구 뿐만 아니라 일산 덕이,식사지구 등 민간단지도 집이 남아돌아 엉망진창이다.초창기 분양받은 사람들의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그들 중에는 사연이 너무 슬퍼 눈물없이 들을 수가 없다. 다 공급 과잉이 빚은 재앙이다.공급부족도 그렇지만 공급과잉은 더 큰 재앙을 낳는다.

이런 마당에 전국 곳곳에 혁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수도권에는 동탄 2 신도시 아파트 분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주민 민원에 밀려 엄청난 보상금을 지불하면서 개발하기로 했다. 나중에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귀추가 주목된다.

공공 임대주택 비중 더 늘려 서민주거 안정이 중요

기자는 반대했다.온 국민이 투기수요로 돌변한 마당에 공급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었다.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했다.그중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및 양도세 등 관련 세금 강화,DTI 도입 등이 수요억제 책이다.

그와 함께 정부는 온 나라에 신도시를 만들어 댔다.공급과잉임에도 또 지어댔다.투기세력이 사라지고 난 뒤의 주택시장은 어떻게 되나.당시 예상했던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이 파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집값이 어느정도 안정돼야 하고 수요도 충분히 모여질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졸졸 흘러 고여있는 샘물을 한꺼번에 다 퍼 마셔버려서 물이 고일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국가의 주택공급량도 적절히 낮춰 잡아야 한다.민간주택보다 공공임대 등으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힘써야 할 때다.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이런 흐름을 바꿀 수가 없다.고도성장기를 지나고 저 성장기에 어쩔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운명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