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웃기는 두 사람을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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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캐릭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노련한 연기자와 출연한 영화는 3편 뿐이지만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연기자. 임원희와 류승범, 이 둘은 나이도 성격도 연기스타일도 다르다. 공통점은 배꼽빠지게 웃긴 영화 속 캐릭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두 남자와의 즐거운 수다.

준비된 연기자, 뛰어난 에드리브 임원희


▶ 임원희를 아시나요?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Lee〉의 공통점은? 모두 영화배우 임원희가 출연했던 작품들. 임원희가 누구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기막힌 사내들〉에서는 ‘베테랑’ 이경영을 보좌하는 동료 경찰로, 〈간첩 리철진〉에서는 약간 부족한 듯하지만 투철한 애국정신을 가진 강도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는 폭력배 성빈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칼에 찔려 죽는 형사로, 그의 첫 주연작 〈다찌마와 Lee〉에서는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정의의 사자로 출연했던 바로 그 남자. 그래도 모르겠다면, 맥도날드 ‘새우버거’ CF에서 새우버거를 한 입 베어 물고는 행복한 표정을 짓던 일식당 종업원은 기억하는지.

▶ 〈다찌마와 Lee〉의 그 남자
류승완 감독의 디지털 영화 〈다찌마와 Lee〉. 인터넷 영화지만 네티즌의 입소문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www.cine4m.com). 도끼빗으로 빗어 넘긴 9:1 가르마, 짧은 단의 바지와 촌스러운 양말, 굵고 낮은 목소리와 사나이다운(?) 호탕한 웃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다찌마와 Lee〉 속의 주인공. 그가 바로 임원희다. “어서 그 드~러운 손을 수~운결한 몸에서 떼어내지 모~옷해!” 70년대 영화에나 어울림직한 ‘이대근표’ 목소리로 도저히 웃지 않고는 못 배길 대사들을 마구 내뱉는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일부러 후지게, 최대한 유치하게”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에서 그는 단연 돋보인다.

▶ 진지한 자세의 진정한 연기자
하지만 〈다찌마와 Lee〉나 맥도날드 CF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철저한 연기. 진짜 임원희는 말이 없고 진지한 사람이다. 큐 사인 떨어지기 전에는 세트장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놀라운 변신을 한다. 그의 연기 경력은 고등학교 연극부 경력부터 따져보면 10년이 넘는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서 4년 동안은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연기를 사랑하고 연기에 대한 생각으로 항상 진지한 남자, 임원희.


▶ 앞으로도 그의 연기는 계속된다
그는 장진 감독의 새 작품인 〈킬러들의 수다〉 출연을 준비하고 있다. 장진 감독과는 학교 선후배 사이. 영화배우 임원희가 있을 수 있던 것도 다 장진 감독 덕분이었다. 그는 역할의 크고 작음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만 하고 싶다는 그. 그의 눈에서 빛이 난다.

some more about him
임원희는 70년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했다.〈오해〉라는 콩트로 사단 단막극제에서 1등 한 적도 있었다고. 영화배우로 데뷔하기 전까지 〈서푼짜리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천마도〉,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등 연극에 주로 출연했고, 1998년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을 통해서 영화에 데뷔했다. 시간이 있으면 가까운 사람들과 술 한잔하거나, 아니면 영화를 보며 연기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영화에 폭 빠진 남자.

귀여운 양아치 , 웃기는 깡패 류승범


▶ 궁금해. 영화 속 양아치, 류승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두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영화를 만든 류승완 감독이 그 한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류승완 감독의 친동생, 류승범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건달 생활이 자신이 꿈꿔오던 ‘진정한 남자 세계’라며 건달이 되고 싶어하는 문제아 역을 맡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그는 여기 저기서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김장훈의 뮤직비디오 〈혼잣말〉에서는 신문을 돌리는 순진한 소년으로,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Lee〉에서는 시골에서 올라온 순진한 처녀들에게 시비를 거는 건달로, ‘박카스’ CF에서는 지킬 건 지키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청년으로. 그리고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뮤지션을 꿈꾸는 웨이터로.

▶ 이제 조금 연기를 알 것 같다
처음 연기를 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형인 류승완 감독이 평소대로(?) 자연스럽게만 하면 된다는 말에 그렇게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음악이 하고싶은 나이트 클럽 웨이터 ‘기태’로 등장한다. 이제까지는 그냥 느낌으로만 연기를 했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연기다. ‘기태’를 연기하면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도 깨달았고,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류승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영화배우의 길이지만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영화배우가 되고 싶단다.

▶ 소년의 꿈을 간직한 스물두 살의 청년
사실 연기는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정말 음악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니던 고등학교도 그만두고 나와 나이트 클럽에서 DJ로 일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음악은 힙합, 좋아하는 뮤지션은 닥터 그레. 아직까지도 음악이 아주 많이 좋다. 물론 지금 당장은 연기를 열심히 해서 멋진 영화배우, 훌륭한 연기자가 되고 싶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접은 건 아니다.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음악 공부도 해볼 생각.


▶ 10년 뒤, 류승범에 거는 기대
사람들은 말한다.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그를 지켜본 선배들은 말한다. 그는 타고났다고. 끼가 있다고. 스스로도 말한다. 카메라 앞에서 절대 떨리지 않는다고. 스물둘,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그는 연기에 관한 한 진지한 어른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는 그런 솔직한 연기를 하고 싶다. 자유분방한 사고 속에 자신만의 색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남자, 류승범.

some more about him
류승범은 80년생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예상치 못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이후, 그에게는 CF, 뮤직비디오 등에서 섭외가 빗발쳤고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도 나이트 클럽 웨이터로 출연한다.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기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류승범. 그의 좌우명은 “즐기면서 살자”. 정말 그다운 좌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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