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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9세 김정수 '부활 노래'

중앙일보

입력

나이 서른아홉. 프로야구 선수로선 이미 환갑을 지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새롭게 야구 인생을 걷고 있다. '까치' 김정수(한화).

그도 한때 '잘 나가는' 투수였다. 1986년 해태에 입단한 첫해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3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그는 통산 한국시리즈 최다출전 투수(19경기)와 최다승(7승) 등 그야말로 '한국시리즈의 사나이' 였다. 해태의 한국시리즈 아홉번 제패라는 화려한 역사에는 김정수라는 이름 석자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넘어선 98년부터 그는 쇠락했다. 문제는 그의 보스 기질이었다. 후배들의 어려운 사정을 도닥여주며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잦아지자 체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해태를 떠나 SK로 트레이드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그가 올린 성적은 고작 1승4패(방어율 7.55)였다. 시즌을 마치고 SK마저 그를 방출시키자 그는 갈 데가 없었다. 유니폼을 벗어야 할 때가 온 듯 싶었다.

그때 한화에 부임한 이광환 감독이 그를 다시 붙잡았다. 이감독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다만 어린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원포인트 릴리프로만 임무를 수행해 주길 바란다" 고 부탁했다.

이미 밑바닥까지 다다른 그였기에 더 이상 욕심이 없었다. 그저 현역 야구인생의 마지막을 부끄럽지 않게 하자는 마음으로 글러브를 다시 잡고 공을 던졌다. 물론 그 좋아하던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자기와 싸움 속에 지난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시즌이 개막하자 이감독의 부름이 있으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단 한 타자를 상대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18일 현대와 경기 5 - 5 동점이던 9회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이감독이 그를 다시 불렀다. 더 이상 투입될 투수도 없이 그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힘껏 공을 뿌렸다. 3이닝 퍼펙트였다.

올들어 그는 6경기에 나와 6과 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의 놀라운 투혼으로 그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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