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노장 마운드의 `핵', 김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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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앞둔 김정수(39)가 한화 노장 마운드의 듬직한 `큰 형님'으로 다시 태어났다.

팀 동료 이상군과 함께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김정수는 18일 현대전에서 5-5동점이던 9회말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올시즌 첫 마무리 등판, 3이닝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현대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5월20일 이후 11개월만에 맛보는 꿀맛같은 승리이고 팀에는 7연승뒤 덮친 2연패의 사슬을 끊는 귀중한 1승. 해태 전성기 시절, `한국시리즈의 사나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되던 김정수는 올시즌을 앞두고 무기력한 SK 마운드에서조차 외면당하는 수모 끝에 한화에서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서 구해준 이광환 감독을 위해 김정수는 결초보은의 자세로 동계훈련에 임했고 시범경기에서 5경기 3⅓이닝동안 무실점 3홀드를 기록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위력은 여전해 6경기 등판, 6⅓이닝동안 2안타만을 내주고 시범경기에 이은 무실점 행진을 계속하며 1승1세이브1홀드를 기록, 공동선두 한화를 지탱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구위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희노애락 다 겪은 노장의 노하우가 공에서 느껴진다"는 최동원 투수코치의 말대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은 이제 절정에 올라선 느낌이다.

김정수의 역할은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적생'답지 않게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김정수는 최고참답게 훈련에 언제나 솔선수범하며 자칫 연승에 해이해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휘어잡는데 큰 몫을 한다.

김정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같다"며 "한 개의 공을 던지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던진다는 자세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원 투수 코치도 "체력이 문제이기 때문에 절대 무리해서 던지게 하지는 않겠다"며 "(김정수는) 필요할 때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노장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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