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두 여도둑, 관객 마음 훔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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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앤 헤서웨이(캣우먼, 사진 왼쪽))절도는 물론 격투에도 능하다. 위기에 처한 배트맨을 적극 돕는다. 자신의 전과기록을 지우고 새 출발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도둑들’의 전지현(예니콜, 오른쪽)줄타기 전문도둑. 눈앞의 자기이익에 충실하다. 범죄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고 해서 예니콜이란 별명이 붙었다.

‘센 여성’ 둘이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액션범죄극 ‘도둑들’(최동훈 감독)의 전지현(31)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나이트 라이즈’(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앤 헤서웨이(30)다. 두 영화는 박스 오피스를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25일 현재 ‘도둑들’은 380만 관객을,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4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시원한 액션과 정교한 플롯으로 한·미 대결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영화에서 ‘섹시한 여도둑’이 남자주연(김윤석·크리스천 베일 등)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 줄타기 도둑 ‘예니콜’의 전지현과 ‘캣우먼’의 앤 헤서웨이는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반전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주변에 굴하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가 이들의 가장 큰 무기. 섹시미와 당당함이란 코드로 무더위의 짜증을 달래주고 있다

 ◆외모와 캐릭터의 부합=사실 전지현은 남자 친구를 종처럼 부렸던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다. ‘광고에서만 빛나는 스타’라는 오명마저 얻었다. 오죽하면 그의 명대사가 ‘**스틴 했어요’란 샴푸광고 카피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런 전지현이 ‘도둑들’에서 재기를 알렸다. 현란한 와이어액션을 선보이고, 선배 도둑 팹시(김혜수)에게 “어마어마한 *년 같아”라며 욕설을 내뱉는다. 후배 도둑 짐파노(김수현)에게 입술을 뺏긴 뒤 “야, 입술에 힘 좀 빼”라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도둑들’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아직도 대사 전달력이 부족하고, 정교한 연기도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훔치는 행위 자체에 쾌감을 느끼며 자신의 욕망을 향해 거침없는 달려가는 예니콜은 그간 충무로에서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다.

 “이렇게 (예쁘게) 태어나기 쉬운 줄 알아”라는 대사처럼 전지현은 자신의 외모에 액션이라는 부가가치를 얹었다. CF에서 주로 보여줬던 섹시 어필 이미지도 과감히 드러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전지현이 자신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했고, 그것이 감독이 의도한 캐릭터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캣 우먼’의 진화=모범생 이미지의 헤서웨이에게 ‘캣우먼’ 셀리나 카일이라는 어두운 캐릭터는 큰 도전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등에서 보여준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배트맨의 마음을 뒤흔들어놓는 캣우먼 역을 대담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캣우먼은 배트맨의 보석과 지문을 훔치는 등 곤경에 빠뜨리지만 결정적 순간에 그를 도와 악당 베인을 물리치고, 배트맨의 마음까지 훔친다.

미셸 파이퍼가 ‘배트맨2(1992)’에서 연기했던 캣우먼이 희생자 측면을 부각시켰다면 헤서웨이는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쿨’한 캣우먼을 연기했다.

 배트맨에 대한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다. ‘도둑들’의 전지현과 통하는 대목이다. 할리우드에서는 배트맨 시리즈의 자매편으로 ‘캣우먼’을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평소 다이어트를 혐오하던 헤서웨이가 이번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된 것도 화제가 됐다. 헤서웨이는 외신 인터뷰에서 “겉으로는 강인하지만 아픈 과거와 상처를 감추고 있는 복잡한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두 배우 모두 섹시한 비주얼과 주체적 캐릭터를 보여줬다. 기존 이미지를 넘어서려는 그들의 노력은 물론 더 이상 남성에 끌려가지 않는 여성 이미지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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