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줬는데 되레 멈추선 리모델링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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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금 리모델링 추진하는 단지 없어요. 모두 중단했어요. 기대감 전혀 없습니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때 40% 면적증축 및 일반분양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7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대부분 사업을 중단했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당 야탑동 매화마을2단지 김정락 리모델링추진위원장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사실상 추진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전학수 공동대표는 “연합회 소속 수도권 57개 리모델링 추진 조합 가운데 올해 들어 사업이 진척된 곳은 단 한곳도 없다”며 “일반분양을 허용이 사업 추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들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업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별동증축‧수평증축으론 일반분양 만드는 곳 제한

일단 이번에 일반분양이 허용됐지만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 단지 내 여유 공간을 활용한 ‘별동증축’과 단지 좌우나 앞뒤로 늘리는 ‘수평증축’을 통해서 일반분양 가구를 만들도록 했지만 대부분 단지가 여유 공간이 없고 동간 거리규제, 용적률 상한선 등에 묶여 활용을 못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리모델링사업 담당자는 “올 초 일반분양을 허용하기로 발표한 이후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대상으로 일반분양을 만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봤지만 강남과 분당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에 따르면 리모델링 추진 단지 가운데 달라진 제도를 통해 일반분양을 위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곳은 6~7% 정도밖에 안된다.

시공사 선정 시기를 재개발 재건축과 같이 조합설립 이후로 정한 것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이유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려면 추진위원회가 가구마다 면적을 얼마나 늘릴 수 있고 일반분양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는지 등이 담긴 설계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조합원 분담금 등을 뽑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리모델링 설계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처럼 일반화되지 않다 보니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리모델링 증축 설계도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아이디어가 중요하며 건설사의 노하우가 담긴 비밀에 속한다”면서 “나중에 시공사로 선정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걸 미리 제시할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곳도 여당과 정부가 제도 변경을 수시로 암시해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수직증축 다시 논의하자 사업 추진 단지 ‘일단 대기’

특히 최근에 당정이 리모델링을 할 때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업추진을 일단 보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안양 평촌 목련2단지 이형욱 리모델링조합장은 “수직증축이 가능해지면 일반분양을 더 만들 수 있고 평면 설계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늘어난다”며 “기존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설계변경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수직증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사업을 일단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이근우 리모델링팀장은 “수직증축이 가능해지면 리모델링 대상 단지의 사업성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며 “이번에 시행된 제도로는 리모델링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게 명확해진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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